[서동철 칼럼] 역사유산 보존의 비(非)문화재적 해법

[서동철 칼럼] 역사유산 보존의 비(非)문화재적 해법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7-07-05 22:44
수정 2017-07-0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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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논설위원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왕성인 위례성이라는 고고학적 실마리를 찾아낸 데 이어 본격 발굴조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꼭 20년이다. 서울시는 얼마 전까지도 정체가 분명치 않았던 이 ‘한강변의 거대한 흙담’을 2020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1960년대 초반에도 허허벌판이던 토성 내부 지역이 세월이 흐르면서 5만명 남짓 거주하는 소도시가 됐다는 데 있다. 당국과 주민 사이의 갈등은 유적의 성격을 확인하는 발굴조사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사적 지정 면적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도 커졌으니 ‘백제 왕성 확인’이나 ‘세계유산등재’ 같은 뉴스가 축원이 아니라 저주로 들렸다는 몇몇 주민들의 술회는 이해를 하고도 남음이 있다.

실제로 풍납토성 내부의 땅값은 성벽 밖보다 40% 남짓 싸다고 한다. 20년 동안이나 문화유산 보호 지역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상을 하고 있다지만 주민들이 “이 돈으로 어디 가서 집을 사라는 말이냐”고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인 만큼 주민들의 가슴은 더욱 타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비판만 할 것도 아니다. 문화재청은 2015년 ‘토성 내부의 사실상 전면 보존’이라는 방침을 바꾸어 토지 매입 구역을 줄이고, 나머지는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와 일치시켜 7층 이하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했다. ‘문화유산 보존 정책의 후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민 보호라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와 송파구도 주민의 상실감을 덜어 주는 방안을 적지 않게 고심하고 있다.

그럴수록 정부와 지자체의 ‘풍납토성 대책’이 지나치게 문화유산 보존 정책 차원 일변도로만 흐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관(官)은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이른바 거버넌스를 구축한다고 하지만,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민(民)은 그저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 만족하지는 않는다. “한성백제 왕성에 살았거나 살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싼값에 집을 팔고 나가거나 부동산 가치 하락을 감수하라”는 설득이 먹힐 리 없다.

특히 서울시에는 풍납토성 대책을 문화재 부서에만 맡기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세계유산 등재는 단순한 문화재 부서 업무가 아니라 5만명의 시민이 살고 있는 마을의 성격을 통째로 바꾸는 대사업이다. 서울시가 갖고 있는 역량을 모두 투입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풍납토성 내부 지역이 삼청동이나 서촌처럼 전통에 기반한 문화의 거리로 떠오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비(非)문화재적 해법은 어떨까 싶다. 토성 내부 지역을 또 하나의 명물 문화거리로 가꾸어 가자는 것이다. 소극장에 5억원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정책이 대학로에는 되고, 풍납토성에는 되지 않는 이유는 없을 것이다. 4~5개 소극장만 들어서도 훌륭한 연극의 거리, 공연의 거리가 된다.

문화지구 지정 정책도 이제는 시장 원리에 따라 빠져나가려는 문화를 억지로 묶어 두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토성 내부처럼 문화적 탈바꿈이 필요한 지역을 문화의 거리로 만드는 적극적 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토성 주민들에게 과감하게 지원해 문화적 업종의 창업을 유도하는 정책은 어떤가. 만족스럽지 못한 보상을 받고 원망하며 떠나간 이주자들도 당연히 대상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대상을 서울시민 전체로 확대해 문화적 창업을 생각하는 청년층도 같은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 보상과 발굴이 이루어져 생겨난 빈터는 유적 정비가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푸드트럭촌(村)으로 만들어 젊은 창업자들을 격려하라. 많은 시민이 찾을 수 있도록 페스티벌도 열 수 있을 것이다. 백제 왕성이라는 역사적 가치에 이렇듯 문화가 효과적으로 덧입혀졌을 때 토성 내부는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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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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