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수의 樂山樂水] 새 정부, 적폐 청산이 시대정신이라면

[김일수의 樂山樂水] 새 정부, 적폐 청산이 시대정신이라면

입력 2017-05-14 22:14
수정 2017-05-1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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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한 주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파격적인 행보가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 주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인상적으로 잘 전달되었다. 당선되고 나서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은 일주일 이상을 넘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러 생활 경험을 통해서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이제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쉽게 풀 수 없는 현안들이고, 대부분 명암이 공존하는 갈등 상황이거나 이해관계의 충돌과 뒤얽힌 난제들일 것이다. 특히 대외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일수록 국내 정치의 이해득실에 따라서만 저울질하기 어려우리라 짐작된다. 이미 우리의 고도화된 정치·경제적 삶의 지평이 그만큼 복합적이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짧은 취임사에서 지금껏 즐겨 썼던 적폐 청산이나 국민 대통합보다 더 가슴을 울릴 만한 말을 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 민주주의가 정착됐거나 성숙한 자유법치국가라면 국정 운영과 정치, 각종 정책 형성과 그 실현에서 당연히 가야 할 길을 다시 한 번 말로 확인하고 다짐한 셈이다. 이미 확정된 것으로서 헌법적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에 개방된 것으로서 헌법적 가치까지도 목적으로 삼는 그런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국민들이 일자리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구가할 수 있는 창조적인 유토피아가 실현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기대 반, 걱정 반의 눈으로 미래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심사는 무슨 까닭일까. 돌이켜 보면 일단의 진보 정치적 세력들은 탄핵으로 물러난 지난 정권을 흔들기 위해 초반부터 선거무효 개표부정을 퍼뜨렸는가 하면, 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지자 촛불 민심을 확산시켜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으로 몰고 왔다.

유감스러운 것은 문 대통령 스스로 촛불광장의 열기에 편승해 시민의 분노를 부추기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탄핵심판이 안 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른바 촛불 민심으로 상징되는 광장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뿌리를 뒤흔들 만한 행동으로 비칠 언행을 서슴없이 앞장서 했다.

앞으로 광장의 불씨가 언제 또 어느 방향으로 되살아나 튈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불씨가 정의를 갈구하는 시민정신의 상징으로 꺼지지 않고 살아 있는 한, 앞으로 정권을 감시하는 양심의 고리로 작용할 수도 있겠고, 생각하기 싫은 일이지만 무능하거나 부패한 권력을 태울 화난 민심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권력의 거대 기구에서 고의이건 실책이건 간에 작은 부속품 하나만 말썽을 부려도, 아니 정권의 선의와 무관하게 일어날 어떤 불상사에 대해서도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개연성이 있다. 이미 박근혜 정권의 몰락 과정에서 시민의식은 정치적으로 유사한 체험 학습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고 가치와 원리에 대한 충실 같은 삶의 방식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갖고 있는 권리와 자유의 힘은 관용의 정신 및 책임의식에 의해 절제되지 않는다면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불태울 수 있는 위험원이 될 수 있다. 한때 운동권에서 즐겨 쓰던 “더디 가도 먼저 사람 생각하지요”는 오늘 우리의 정치적?경제적 생활세계에서도 유용한 원리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원칙 때문에 개혁에도 완급을 조절할 지혜가 필요하고, 자신의 내부를 먼저 성찰하고 바로잡을 줄 아는 반성적 이성도 필요한 법이다. 적폐 청산이 이 시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면 청산의 대상보다 그 청산의 주체가 먼저 자신들을 향해 날 선 검을 들이대고 서 있을 때, 도덕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고, 또 그리해야만 우리가 바라는 내실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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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명예교수
2017-05-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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