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무한도전’과 ‘특별시민’의 정치 훈계

[유진모의 테마토크] ‘무한도전’과 ‘특별시민’의 정치 훈계

입력 2017-04-23 17:40
수정 2017-04-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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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최근 시청자들에게 새 입법안 발의 의견을 받아 박주민(더불어민주당)·김현아(자유한국당)·이용주(국민의당)·오신환(바른정당)·이정미(정의당) 등 국회의원과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임산부 주차 편리법은 새 구역을 신설하자는 게 아니라 장애인 주차구역 등과 병합하면서 비현실적으로 좁은 폭을 넓히자는 매우 창의적인 의견이었다. ‘알바’ 보호법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등 ‘비비’ 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생활밀착형 시선이 돋보였다.

정치에 대한 구체적인 견제와 비판은 더욱 두드러졌다. 국회의원 4선 연임 방지법은 연임으로 지역구에서 확실하게 지지 기반을 마련한 국회의원 중 자만에 빠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 채 나태하거나 제 욕심 챙기기에 무게중심을 두는 이가 발생할 개연성이 존재하니 그걸 미연에 방지하자는 주권자로서의 의지가 돋보였다.

선거 때만 재래시장을 찾는 국회의원들을 언제라도 소환해 의정 활동의 잘못을 따지거나 참신한 의견을 제안함으로써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 의도로 발의된 국회의원 미팅법도 반짝반짝 빛났다.

영화 ‘특별시민’(박인제 감독)은 절묘하게도 대선 2주 전 개봉된다. 3선을 노리는 집권 여당 소속 현 서울시장(종구)과 그에 맞서는 야당 후보(진주), 무소속 후보 등의 이전투구와 야합, 선거캠프 안에서 벌어지는 이권다툼과 정치적 신념의 대립, 정치와 언론의 불건전한 동거 등의 각 시퀀스에 시퍼렇게 날이 서 있다.

여야를 떠나 거의 대동소이한 정치인의 민낯을 집중 조명한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집권을 통해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지만 그건 이론일 뿐 정당의 목적은 집권에서 딱 멈춘다고 영화는 비아냥거린다. 진주는 종구의 이중적인 면모와 무능을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 역시 일부러 가슴을 노출하며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저질 마케팅으로 지지도를 높인다.

영화는 모든 정치인을 크레덴다(권력 정당화)와 포크배럴(제 밥그릇 챙기기)에 눈먼 마술사로 그린다. 그들은 대승적 신념이나 역사적 사명감이라곤 엿하고 바꿔 먹은 지 오래고, 오로지 사리사욕을 위해 플리바게닝(유죄협상), 로그롤링(야합), 케이프 고트(가상의 적으로 자신에 대한 불만 물 타기) 등의 화려한 마법을 발휘한다. 이쯤 되면 기시감이 아니라 현실감이다.

사실 그동안 다수의 국민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정치인을 ‘상전’으로 모셔 왔다. 왜 법으로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을 분립시켰는지도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내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는 상실된 주권의식 아래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불쌍한 ‘N포 세대’를 만들었다. 그나마 가벼울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오로지 흥행이 목적인 영화가 이렇게 정치를 보는 안목과 투표의 중요성을 계몽한다는 게 실낱같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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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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