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의 뮤지엄 천국] 내 인생의 박물관

[이은미의 뮤지엄 천국] 내 인생의 박물관

입력 2017-03-17 18:14
수정 2017-03-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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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시네마 천국’은 영화를 좋아하는 소년 토토와 마을극장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틈만 나면 마을에 있는 유일한 극장인 ‘시네마 천국’으로 달려가던 영화 속 주인공 토토는 고향을 떠나 로마에서 영화감독으로 성공한다. 이 영화는 영화와 더불어 성장하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토토처럼 영화에 빠져 있던 소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음속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감동적인 영화의 기억 한 편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 권의 책 또한 때로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 책을 읽는 것은 우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사람이 ‘내 인생의 책’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박물관은 어떠할까. 피카소의 유명한 입체파 그림이 박물관에서 만난 아프리카 가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은 젊은 시절 루브르 박물관의 열렬한 애호가였다. 특히 그리스 도자기 전시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작품 속 춤추는 동작을 따라 했다고 한다.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데미안 허스트의 대표작인 동물 표본을 상기시키는 작품들은 런던에 있는 왕립외과대학 헌터리안 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내 인생의 박물관’을 꼽으라고 한다면 박물관이 일터가 돼 버린 지금은 하나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박물관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자주 드나들었던 고향 대전의 과학관. 시내 한구석에 자리한 작은 과학관에 친구와 동생들, 때로는 혼자서도 찾아가 전시실 체험을 즐겼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몰입’을 경험했다고 할까. 돌이켜 보니 아마도 이러한 경험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학 소녀로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박물관 하면 떠올리게 되는 역사·고고 박물관에 처음 가 보았던 기억 또한 생생하다. 중학생 시절 서울 나들이에서 가족들과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 약간 어두운 전시실에서 난생처음 사진으로가 아닌 진짜 고려청자를 접하고, 이걸 왜 천하제일 비색이라고 하는지 강렬한 호기심을 가졌다. 물론 그 당시는 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가슴속 깊은 인상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박물관은 인류의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을 수집, 관리, 보존, 연구, 전시, 교육하고, 이를 통해 문화 향유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기관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의 박물관, 즉 뮤지엄에 관한 정의에 따르면 소위 ‘박물관’뿐만 아니라 과학관, 민속촌, 수족관, 동물원, 식물원, 어린이박물관, 유적지 등이 모두 박물관에 포함된다.

박물관은 현대사회에서 대표적인 문화기관이자 평생학습 기관으로 각광받고 있다. 박물관은 친구와 가족, 때로는 혼자 방문해 다양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경험과는 다르게 박물관에서는 몸을 움직여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유물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박물관이 담고 있는 인류 문화유산의 보물들은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우리의 가슴과 머릿속에서 살아 숨 쉴 때 비로소 가치를 활짝 꽃피우게 된다.

우리나라 박물관 수가 1000개를 넘어섰다. 첫 박물관에 관한 기억 또한 어두운 전시실에서 만난 석기와 도자기에서 벗어나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바뀌고 있다.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삶을 바꾸는 ‘내 인생의 박물관’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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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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