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수의 樂山樂水] 막바지에 이른 탄핵심판을 보며

[김일수의 樂山樂水] 막바지에 이른 탄핵심판을 보며

입력 2017-02-19 22:20
수정 2017-02-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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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든 느낌이 든다. 오는 24일 헌재의 변론종결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과 최후 진술이 이루어질지도 세간의 높은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 특검 수사를 접하면서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상당수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치 탄핵결정이 기정사실이라도 된 양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는 조기 대선 모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일 잠룡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롯한 대권 행보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고, 광장과 거리엔 태극기 물결과 촛불의 긴장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시점에서 할 수만 있다면 박 대통령이 헌재에 나가 탄핵소추에 대한 자기소견을 명확히 밝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이란 여인에게 개인적으로 심하게 의존함으로써 이런 불행한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 하는 마당에, 스스로 재판정에 나가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이 불필요한 의문점들을 해소하고 대통령의 건전한 결정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길이 될 터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추 측과 재판관들의 심문에 응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오히려 그것을 박 대통령 자신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방어기회로 선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토요일 서울시청 앞 대한문에서 탄핵반대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일반시민 김경종(67·경기 안산)씨가 “대통령이 여자라고 이렇게 막하는 것 아니냐”라고 한 발언은 적지 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정권 밑에서 한때 함께 일했던 전직 장관이나 측근 중에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는 언사를 서슴없이 하거나 거리를 두는 태도를 우리는 목도한다. 의리나 충직보다 진실이나 정의가 중하다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각자도생의 길을 찾기에 급급했거나 그 동기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대통령이 여자라고 저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질 때가 더러 있었다.

마침 선호도 수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며칠 전 한 집회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나 역시 어머니가 한 사람의 여성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아빠에게도 육아휴직을 주겠다”고 말했다. 야당 대선후보로 등록하고서도 그는 촛불의 기세가 수그러들면 어쩌나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 헌재를 향해서는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거듭 험한 말을 쏟아 내기도 한다.

여자를 한 수 아래로 깔아뭉개는 시선이 어디 거기뿐이겠는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 영역에 걸쳐 아직 여성의 설 자리가 불안한 건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보자. 4년 전 아직 미국도 하지 못한 여성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세웠다던 자긍의 목소리가 실은 속이 빈 허사에 불과했다는 것을 지금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를 거쳐 간 숱한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지식인, 지성인 누구도 여성 대통령이 헤쳐 나가야 할 권력의 험로를 평탄케 할 여성적 시각에서의 청와대 생활 매뉴얼을 다듬어 놔야 한다고 제언한 적이 있었던가? 화장은 어찌하며, 머리는 어떻게 하며, 휴식은 어떻게 챙기며와 같은 그 공백을 제도와 시스템으로 메울 매뉴얼이 없다 보니 사적인 인연으로 맺어진 비선들이 쉽게 끼어들게 된 것 아닌가? 더욱이 독신 여성이 대통령일 때 더 세심한 준비와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금 말하는 것은 때늦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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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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