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의 유레카] 과학과 사회 혁신의 새로운 시도, 리빙랩

[이은경의 유레카] 과학과 사회 혁신의 새로운 시도, 리빙랩

입력 2017-02-06 21:12
수정 2017-02-0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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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과학 지식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튼튼하다. 실제 본 적이 없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현상도 과학의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전자를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의 구성성분으로서 전자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 실험으로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실험 덕분에 과학은 다른 어떤 학문분야보다 객관적이고 믿을 만한 지식이라는 대접을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근대과학 이전에는 실험이 과학 연구 방법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실험의 이름으로 과학자가 자연현상에 개입하는 것이 당시의 인식론에서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 감각의 불완전함 때문에 관찰 사실의 진위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근대과학의 여명기에 과학자들은 ‘실험’을 자연에 대한 지식을 얻거나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론으로서 확립했다. 가장 먼저 망원경이나 현미경 같은 실험 기구가 사람을 현혹시키는 사기의 수단이 아니라 감각의 확장을 위한 도구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과학자가 목적에 맞게 설계한 실험을 통해 관찰되는 비자연적 현상을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절차를 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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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부터 실험은 과학 연구의 중심 활동이 되었다. 과학자는 연구 목적에 맞게 실험을 설계한다. 그리고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거나 가설을 시험하는 등의 연구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기초 연구 성과를 실용화하는 단계에서는 예상 가능한 여러 변수를 적극 도입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잘 설계된 실험에서 얻어진 결과가 실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 실험의 개념을 적극 도입하여 과학기술-사회의 혁신을 이루려는 시도 중 하나가 리빙랩이다.

리빙랩은 생활 현장에서 과학기술 생산자와 사용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을 뜻한다. 통상 과학자, 엔지니어 같은 생산자가 먼저 기술혁신을 만들고 사용자는 그 결과물을 평가하고 그 결과가 다음의 기술혁신에 반영된다. 그런데 리빙랩에서는 기술혁신 과정에 처음부터 사용자가 참여함으로써 활용도 높은 기술혁신과 연구를 지향한다. 사용자의 적극적 참여가 이뤄지는 사용자 주도의 개방형 혁신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리빙랩은 특히 사회문제를 해결을 위한 기술혁신에서 잠재성을 가진다. 과학기술 활동의 목표는 새로운 지식 발견, 노벨상, 첨단 제품 개발 등 다양하다. 그중에는 교통 안전, 전염병 예방, 고령화 같은 사회현안 문제 해결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회문제는 매우 많은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어 복잡하고 해결의 기본 방향도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다. 따라서 그 요소들 중 어떤 것이 우선 고려될지, 어떤 것이 통제될지, 어떤 기술 요소가 활용될지 등이 결정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과학 연구의 실험설계와 비슷하다. 다만 고립된 실험실이 아니라 개방된 생활 현장이 주된 무대라는 점, 기술혁신 생산자 외에 현장의 수요를 잘 아는 사용자가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다.

리빙랩의 기술혁신 실험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사용자의 의사소통을 도와줄 매개자와 생산자의 참여를 촉진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구사업’의 운영방식으로 리빙랩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은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한 주민 생활 불편과 편의시설 부족에 따른 관광객의 불편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북촌 리빙랩은 정보통신 벤처기업과 서울시, 마을주민과 함께 참여해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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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리빙랩은 도입 단계이므로 아직 성과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이 근대과학을 확고한 지식으로 만든 것처럼 리빙랩은 사회문제에 대해 생산자와 사용자가 모두 만족하는 기술혁신 방안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7-02-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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