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지극히 평범한 바람/허백윤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지극히 평범한 바람/허백윤 정치부 기자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6-10-23 17:54
수정 2016-10-2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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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에 닿는 바람이 점점 차가워진다. 정치부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향한 시계가 점차 빨라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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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윤 정치부 기자
허백윤 정치부 기자
2007년과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대세론’을 지닌 뚜렷한 유력 주자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선은 아직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이다. 그러다 보니 ‘잠룡’이라고 불리는 여야의 차세대 리더들이 너도나도 대선을 염두에 둔 장외 경쟁에 돌입했다.

여야 잠룡들은 내년 대선의 화두를 선점하기 위해 강연이나 토론회, SNS 등을 활용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경쟁이랄 것도 없이 이미 내년 대선의 시대적 과제는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다.

여야를 막론하고 주자들이 한목소리로 극심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단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정한 경제체제와 사회체제”(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정의로운 국가, 공화주의”(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기득권 혁파를 통한 대한민국 리빌딩”(남경필 경기지사), “공존과 상생”(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따뜻한 국가, 책임 있는 정부, 사람경제”(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민주국가”(안희정 충남지사),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과 평화로운 한반도”(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민생’이라는 진부한 말보다 더 고전적인 단어가 난무한다. 잠룡들의 입을 통해 지금 우리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며 정의롭지 못한 곳에 살고 있는지 역설해 주는 듯하다.

우리는 매년 우울한 통계를 접한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만 19세 이상 성인 77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은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적인 분배 구조가 불공정하다(72.2%)고 답했다. 사회에 진입하는 취업의 기회부터 불공정하다(64.6%)고 여겼다.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2개국 중 22위(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를 차지했고,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불평등지수는 OECD 회원국에서 칠레 다음인 2위였다(한국노동연구원). 유엔의 ‘2016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점으로 조사 대상 157개국 가운데 58위, OECD 회원국 35개 가운데 최하위권인 29위였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 전 대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여야의 잠룡들이 이토록 상식적인 가치를 다시 들고나온 것에 울컥할 수밖에 없다.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말을 여기저기서 쏟아내는데 과연 그것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 끝없이 의심해야만 한다.

나는 둘째치고라도 적어도 내 아이는 공평한 기회를 얻어 정의로운 나라에 살 수 있길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바람이 아직은 엄청난 기대를 걸어야 할 일이라는 점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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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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