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나는 1년살이 인생입니다’/이성원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나는 1년살이 인생입니다’/이성원 사회부 기자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6-14 18:12
수정 2016-06-1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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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사회부 기자
이성원 사회부 기자
2014년 5월 서울의 한 지하철 차량기지. 서울메트로 전동차 경정비 업무를 맡은 이지수(26·가명)씨는 오른발 정강이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전동차 제동장치 부품을 수레에 싣고 내리막길을 가다가 오른발이 수레와 벽면 사이에 끼어 짓눌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 순간 뼈에 금이 간 것 같았지만,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곁에 있던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 했던 탓이다. 잠시 쉬는 시간 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씨는 바지를 올려 다친 부위를 확인했다. 다행히 뼈는 다친 것 같지 않았지만, 정강이 부위 피부가 다 벗겨져 피범벅이 돼 있었다. 당장 응급처치라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씨는 끝내 병원에 가겠다는 말을 회사에 하지 못했다. 일을 다 마치고 퇴근하고 나서야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이씨가 서울메트로에서 전동차 정비 업무를 시작한 건 2013년 초부터다. 그러나 소속은 서울메트로가 아닌 전동차 경정비 업무를 위탁받은 ‘프로종합관리’였다. 전동차를 정비하고 수리하는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대우는 전혀 다르다. 서울메트로 직원이 월 400만~500만원가량을 받는다면, 이씨는 입사한 이후 4년간 월급 160만원에서 오르지 않고 있다. 이씨는 1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지난달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모(19)군의 처지가 “다른 사람 얘기 같지 않다”고 했다.

이씨는 김군이 왜 혼자서 스크린도어를 고쳐야만 했는지 짐작이 간다고 했다. 무엇보다 서울메트로에서 하청업체로 자리를 옮긴 ‘전적자’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메트로에서 행정업무를 보던 정직원이었던 만큼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일이 생기면 하청업체가 뽑은 직원들에게 일을 떠넘긴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프로종합관리는 직원 140명 중 37명이, 은성PSD는 167명 중 37명이 서울메트로 출신이다. 하청업체가 뽑은 직원들은 자신의 일을 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몫까지 책임지려니 항상 바쁘고 분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불평조차 할 수 없다. 이씨는 1년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전적자들에게 잘못 보이면 서울메트로 직원에게 자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을 테고 다음해엔 계약 연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씨가 정강이를 다치고도 곧바로 병원에 갈 수 없었던 건 전적자들에게 밉보이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서울메트로 정규직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간 불평등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월급은 물론이고 마스크나 안전화, 방진복 같은 기본적인 장비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

김군이 일한 은성PSD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직영화 및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씨가 일하는 프로종합관리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울시가 부랴부랴 내놓은 ‘위험의 외주화’ 관련 대책에서마저 프로종합관리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당장 문제가 생긴 곳만 땜질한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까지 땜질되지는 않는다. ‘제2의 김군’이 될 수도 있는 이들을 위해 정규직이라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이희원 서울시의원 “‘서울별빛명소’ 흑석수변길 선정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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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w1469@seoul.co.kr
2016-06-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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