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정책마당] 상수도의 새로운 미래, 지방 상수도 현대화 사업/백규석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월요 정책마당] 상수도의 새로운 미래, 지방 상수도 현대화 사업/백규석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입력 2016-05-15 23:08
수정 2016-05-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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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규석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백규석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소중함이 절실해지는 것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 친구 그리고 건강이 그렇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면 맑고 상쾌한 공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물은 어떤가.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98.6%에 이른다. 대부분 지역에서 깨끗한 수돗물이 나온다. 전국 주요 정수장에 숯으로 한 번 더 거르는 고도 정수처리시설이 도입됐다. 총 59개의 항목에 이르는 수돗물 수질 기준으로 대장균 등 미생물부터 수은 등 미량의 중금속 물질까지 관리가 이뤄진다. 더구나 우리나라 수돗물은 가격도 싸다. t당 667원 정도이니 4500원짜리 커피 3잔 값이면 한 가족이 한 달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너나없이 ‘물을 물 쓰듯’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이상고온 현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물 부족 문제가 현실화됐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으로 수돗물 누수가 우려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해 수돗물 누수량이 6억 9000만t에 이른다. 팔당호 저수량의 2.7배, 전국에 48일간 공급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매년 6000억원 상당의 수돗물이 땅으로 스며들고 있는 실정이다.

원인은 상수도 시설이 적정 내구연한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상수도관로 총 18만 5709㎞의 31.4%인 5만 8234㎞를 비롯해 정수장 총 486곳 중 58.8%인 286곳이 20년 이상 경과된 노후시설이다. 국민들은 언제든 수돗물이 나오니 느끼지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상수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3월 28일 국가재정전략협의회에서 재정 여건이 어렵고 시설이 낙후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선별적인 상수도 시설 개량을 위한 국고지원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수돗물 생산원가가 대도시에 비해 2.6배나 높은데도 상수도 시설 개량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환경부는 향후 12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노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에 착수한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지하에 매설된 수도관을 블록 단위로 구분한 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누수 확인과 최적 관리가 가능해진다. 정수장에는 막(membrane)여과 공법이나 무인관리 시스템과 같은 최첨단 시설도 구축된다. 시설을 개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영 효율성도 높이게 된다.

지방 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다방면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첫째, 국고 지원을 마중물 삼아 상수도 시설을 개량함에 따라 지자체의 상수도 경영이 정상화될 것이다. 수돗물 누수량이 줄면 요금 수입이 늘어나면서 상수도 재정이 건전해지고 지자체는 선제적으로 상수도 관련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지속적인 개량 투자는 상수도 운영의 효율화를 가져오고 수돗물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수돗물 공급의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누수량 저감은 새로운 용수를 확보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극한 가뭄이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지난해 제한급수 직전까지 간 충남 서부 8개 지자체의 누수율은 평균 25%에 달했다. 현대화 사업이 시행되면 누수율은 10% 이하로 줄게 되고 수도관 파손에 의한 단수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국내 물 관련 기업이 세계 물 시장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활용될 것이다. 상수도 시설은 기술 집약도가 높은 분야다. 펌프, 밸브, 계측기 등 국내의 우수 기술과 제품을 구매, 설치함으로써 내수를 진작하는 동시에 우리 물 기업의 대외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환경부는 2018년 완공 예정인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의 지원 프로그램과 상수도 시설 현대화 사업을 연계해 부품·소재 분야의 세계적 강소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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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물 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20세기 들어 인간의 평균 수명이 약 35년 늘어났는데 과학자들은 그중 30년은 상·하수도 시스템의 발전 덕분으로 평가한다. 아직도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 사는 전 세계 어린이 1400만명이 비위생적인 물을 마셔 사망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국가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멋지고 화려한 것보다는 기본과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 상수도 현대화 사업이 바로 그렇다.
2016-05-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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