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여는 아침]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기

[고전으로 여는 아침]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기

입력 2016-05-03 23:10
수정 2016-05-0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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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국가의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할까?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정치학’에서 이 문제를 숙고했다. 국가 공동체를 마치 주인이 노예를 지배하듯 통치하는 1인 지배 정체(monarchia)는 참주정체다. 반면 다수자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통치한다면 이는 혼합정체다. 혼합정체에서는 전사들이 최고의 권력을 가지며, 중무장할 재력이 있는 자들이 시민권을 갖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왕정이 왜곡된 것이 참주정체, 귀족정체가 왜곡된 것이 과두정체, 혼합정체가 왜곡된 것이 민주정체라고 말한다. 대중이 지배하는 민주정체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자유(eleutheria)를 누린다. 그는 “최고 권력은 원칙적으로 소수자가 아닌 민중 전체가 갖는 것이 더 좋다”고 인정한다. 그렇다면 아테네 민주정체는 최선의 정체였나?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와의 연이은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는 50여년간 번영의 황금기를 누리며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제국주의로 흐른 아테네의 오만은 민주주의의 역기능을 노출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크세노폰 등 진정한 지혜를 추구하던 철학자들은 하나같이 방종으로 흐른 아테네의 민주정체를 비판했다.

법정과 민회라는 제도를 통해 자유민들은 최고 권력을 행사하면서 그릇된 판단들을 남발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민주정체를 가장 운용하기 힘든 정체로 본 통찰은 옳았다. 그는 최고 권력을 갖는 것은 배심 법정, 평의회, 민회의 개별 구성원이 아니라 법정과 평의회와 민회 전체라고 보았다. 그러니 대중 전체가 최고 권력을 갖는 것은 정당하다.

그런데 문제는 최고 권력을 가진 대중의 자의적 행위와 불의(不義)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열등하고 변덕스러운 사람들이 아니라 법(nomos)에게 국가의 최고 권력을 부여하는 대안을 생각했다.

“올바르게 제정된 법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민중의 결의에 따라 결정되는 이런 체제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체가 아님이 명백하다. 민중의 결의에는 보편타당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체가 올바르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의 지배의 원리는 헌법 가치의 준수로부터 연원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창달의 헌법 가치를 구현하려는 법안들이 선동적 입법자들에 의해 제지되거나 그릇된 입법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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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2016-05-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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