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의 빅! 아이디어] 태평로를 빛의 거리로

[김성곤의 빅! 아이디어] 태평로를 빛의 거리로

김성곤 기자 기자
입력 2016-03-15 22:44
수정 2023-07-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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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논설위원
#1. 덕수궁 돌담길에 설치된 20m짜리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광고판에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구글의 광고가 도배질한다. 그에 뒤질세라 전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로 변신에 성공한 샤오미가 구글 못지않은 규모의 LED 광고로 시선을 끈다. 관광객들은 구글과 샤오미 전광판을 오가며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2. 맞은편 유리로 된 서울시 청사에는 프로젝터를 통한 서울의 맛집과 관광명소 등의 공연 계획이 소개된다.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음악회 관람객들은 틈틈이 눈으로 서울의 관광 스케줄을 짠다.

#3. 그 옆 한국프레스센터 광장에 들어선, 건물 전체가 LED 패널로 이뤄진 5층짜리 ‘디지털 AD 타워’에서는 세계적 기업의 광고 경연이 펼쳐진다. 그 안에서는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비지터센터’처럼 기념품과 음식도 팔고, 극장 및 식당 예약과 함께 방문 기념 스탬프도 찍어 준다. 건물 안에서 뒷문으로 나가면 확 달라진 무교동 맛집 골목에서 디지털 광고 명소인 명동으로 이어진다.

#4. 청계광장에서는 홀로그램 광고가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상상이 지나쳤을까? 도심 곳곳의 광고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홍수를 생각하면 혼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없어서 부러운 그림 중 하나다.

메르스 영향이 있긴 했지만,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1323만명으로 지난해보다 6.8%가 줄었다. 반면 밖으로 관광을 나선 우리 국민은 2000여만명이나 됐다.

관광수지도 60억 달러 적자가 났다. 2014년 적자 규모(17억 5810만 달러)의 3.5배나 되는 것으로, 이는 2007년(108억 6010만 달러) 이후 8년 만의 최대 규모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싸구려 관광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다른 나라로 돌리게 하는 저가 관광업체 퇴출을 시도하는 한편 각종 관광진흥책도 내놓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도 이 같은 정책의 일환이다.

‘옥외 광고물 자유표시구역제도’를 도입하고, 광고물의 크기나 높이, 색상에 대한 규제를 풀어 미국의 타임스스퀘어 광장과 같은 명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는 7월까지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뒤 올해 안에 대상 지역을 선정한다. 벌써 서울의 명동과 강남, 부산 해운대 등 후보지가 거론된다.

옥외광고물 관련법은 1990년에 그 틀이 짜였다. 이에 따라 아직도 서울 등 대부분 지자체는 안전과 교통 유발 등을 이유로 건물 3층(부산시는 5층)까지만 가로형 간판을 허용하고 있다. 건물 벽면에 광고용 LED 부착이나 프로젝터로 건물에 광고를 하는 것도 안 된다. 건물 전체를 LED 광고판으로 하는 건축도 물론 불가능하다. 행자부가 이런 규제를 모두 풀지는 미지수다.

2003년 10월 처음으로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늦은 밤 한파로 덜덜 떨어야 했지만, 인파로 가득했다. 삼성전자 광고 밑에서 줄을 섰다가 사진을 찍고 온 기억이 새롭다. 연간 1억명이 이곳을 찾고, 뉴욕시 전체로 55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린단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는 광고판만으로 이런 성공을 거뒀을까. 우리도 광고물 규제를 푼다고 사람이 모일까. 타임스스퀘어는 개발로 헐릴 뻔했던 인근 브로드웨이의 낡은 극장 44개를 보존하고, 인근 지역과 연계한 활성화 시책을 펴는 등 규제 완화와 보존을 적절히 활용해 성공했다. 관광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단순히 살 것, 볼 것만으로 모이지는 않는다. 그 안에서 즐기고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장품과 성형, 한류만으로 외국 관광객을 한국에 묶어 둘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는 규모도 좀 더 확대하고, 규제도 과감히 풀었으면 한다. 문화재라고 묶고, 도심이라고 규제한다면 고양이도 그리지 못한다.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종합 계획이 돼야 한다.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경복궁에서 서울광장에 이르는 태평로를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지정, 규제를 확 푸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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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gone@seoul.co.kr
2016-03-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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