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⒁ 종교 수장들의 사형 폐지 공동성명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⒁ 종교 수장들의 사형 폐지 공동성명

입력 2015-10-20 15:38
수정 2015-10-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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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 대표들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의 국회통과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 대표들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의 국회통과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형제(死刑制)에 대한 일반의 심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인권 침해와 경솔한 생명의 경시를 우려한 반대 입장이 있는가 하면 극악 죄를 지은 인권까지 보호할 필요가 없으며 재발 차단을 위해 영구격리해야 한다는 찬성의 입장 또한 만만치 않다. 사형집행을 둘러싼 각국 추세도 그 법 심리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인권 침해나 오판 위험성, 권력유지 수단의 악용 등 부작용을 근거로 많은 나라들이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없애는 흐름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전 세계 약 3분의 2 이상이 법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98개국 중 140개국이 사형을 폐지했고 사형이 존치하고 있는 나라는 58개국 정도이다.

사형은 스스로 참회할 기회 마저 박탈... 종교계, 일반사회보다 부정적
 종교에서 사형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회 일반에 비해 훨씬 부정적이다. 생명 존엄의 훼손과 인위적 멸실에의 강한 거부감 때문이다. 자비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불교는 살생을 근본으로 여겨 특히 반대입장을 공고히 한다. 죽음이란 단멸의 끝이 아니라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하나의 과정인 만큼 사형제는 제 잘못을 스스로 참회하여 새롭게 태어날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으로, 다음생인 내생까지 이어져서 한 생명의 새로운 탄생을 처음부터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여긴다. 기독교는 천부의 생명·인권설과 심판론에 기울어있긴 하지만 인위적이고 법적인 죽임에 대한 인식은 불교 못지않게 부정적이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국내 7대 종단이 20일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의 국회통과를 호소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원불교 교정원장, 천도교 교령, 유교 성균관장,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이른바 7대 종단의 수장이 뜻을 모았다. 성명에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꿔 생명존중의 세상을 만들자’는 종교인들의 간곡한 호소가 담겼다. 모처럼 종교계 대표들이 한 데 모은 연대의 호소가 절절하다.

 그런데 사형제에 대한 사회의 심리가 갈리는 것 못지않게 종교계에서도 그 논란은 어수선하다. 이를테면 사회에서 사형이나 다름없는 성직자 신변에 대한 극단의 조치를 둘러싼 갈등과 마찰이다. 무거운 죄를 저지른 수행승을 승단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불교의 멸빈(승적박탈)과 개신교의 출교(黜敎)는 사형에 해당하는 종교계의 대표적 극단 처형이다. 지금 조계종의 큰 이슈가 되고있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멸빈(1994년) 조치는 종단을 휘청거리게 만들 만큼 뜨거운 사안으로 떠올랐다. 개신교에선 ‘교회 바깥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는 종교 다원주의 발언으로 유명한 감리교의 고(故) 변선환 감리교신학대 학장의 출교가 여전히 회자된다.

비정성적인 종교계의 멸빈-출교도 돌이킬수 없는 희생 불러올수도
 서의현 원장의 경우 지금 개혁종단이 있게 한 1994년 정화운동의 소산이란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범법과 범계 행위에 대한 종단 대중들의 벼랑끝 조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멸빈 조치의 절차와 동기 소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감리교 변선환 학장의 경우 1992년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부인했다’는 죄목으로 감리교회법상 최고형인 ‘출교’ 형을 받아 23년이 흘렀지만 교단 차원의 공식 복권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법으로 사람을 정죄하고 목숨을 끊어 거세하는 사형 선언과 집행은 백 번의 걸러내기와 재확인도 모자랄 것이다. 정의와 절차를 도외시한 비정상의 정죄와 집행은 돌이킬 수 없는 희생과 원망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어느 한쪽의 폭력에 의한 격리와 단명은 더욱 심각한 불협화음과 충돌로 이어지기 일쑤이다. 종교계의 멸빈과 출교에 세속의 잣대가 자주 겹쳐보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7대 종단 수장들의 사형제 폐지 공동성명에 종교계의 속 사정을 조심스럽게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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