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교육부 ‘물수능’ 막을 기회 놓치지 마라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교육부 ‘물수능’ 막을 기회 놓치지 마라

김균미 기자
입력 2015-09-25 22:34
수정 2015-09-2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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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추석 연휴가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는 11월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수험생도 그렇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그렇다. 그냥 ‘물수능’도 아니고 ‘맹물수능’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과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희망펀드까지 생긴 마당에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취준생 사정은 딱하기 그지없다.

수능 난이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더욱이 지난해 수능에서 문제가 잘못 출제된 데다 국어A의 경우 만점자 비율이 1등급 기준인 4%보다 높은 6.12%로 최고치를 기록해 변별력을 상실한 쉬운 수능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교육부가 수능개선위원회까지 만들어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올 6월과 9월 치러진 모의평가를 보면 도대체 무슨 방안을 마련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9월 모의평가 결과 자연계 학생들이 응시한 국어A와 수학B, 영어는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을 받았다. 수능과 모의고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앞서 6월 모의 평가에서도 국어B와 영어는 만점이 1등급이었다. 모의평가는 11월 치러지는 수능의 난이도를 가늠해 보는 척도여서 올해 수능은 역대 최악의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교과 과정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을 어렵게 비틀어 내는 이른바 ‘불수능’은 문제다.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을 절름발이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쉬운 수능으로 방향을 잡은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관건은 도대체 어느 정도가 변별력을 갖춘 쉬운 수능인가다. 접점을 찾는 것이 바로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학교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틀에 박힌 설명은 책임 방기다.

그런데 ‘물수능’은 교육부가 의도하는 것처럼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고교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된다. 수능이 쉬우면 성적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변별력이 없어진다. 공부 압박을 덜어 주는 게 아니라 실수를 줄이기 위해 다니던 학원을 끊지 못한다. 그게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은 수능을 위해 짧게는 고교 3년, 중학교까지 포함하면 6년을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변별력이 떨어지면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실수 안 하기 시험이 돼 버리고 그 부작용은 크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싶고 수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실력이 부족해 점수가 덜 나왔다면 몰라도 실수로, 운이 없어서 등급이 밀렸다고 믿는데 무슨 수로 반수, 재수, 삼수를 막겠나. 서울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2005년 73.1%였던 고 3의 대학진학률이 2015년 56.4%로 16.7% 포인트나 떨어졌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경우 48%에 그쳤다. 수시 확대와 물수능이 원인으로 꼽힌다. 과연 재수생을 양산하는 변별력을 상실한 현실과 동떨어진 쉬운 수능이 교육부가 원하는 결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말 수능을 치른 수험생 1203명을 대상으로 한 입시업체가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3.6%가 쉬운 수능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상위권 수험생 81.3%, 중위권 수험생 85.4%, 하위권 수험생 63.6%가 쉬운 수능에 반대했다. 수험생들 스스로 쉬운 수능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수능과 내신을 선발의 주요 요건으로 삼는 현행 대입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적정 수준의 변별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수능을 50일도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대안은 없나. 수험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교사들을 더 많이 출제진에 포함시키는 것도 단기적 대인일 수 있다. 2010년 검토했다가 유보한 수능 연 2회 시행 방안도 중기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수능 연 2회 시행 방안은 수능이 도입된 1993학년도 실시됐다가 난이도 조정에 실패해 폐지됐다. 여기에서도 관건은 난이도 조정이다.

과격하게 들릴지 모르나 수능 난이도 하나 맞추지 못하는 교육부라면 이참에 수능 관리 업무에서 손을 떼는 편이 낫다. 다행히 수능 출제위원들이 합숙에 들어가기 전이라니 ‘물수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마지막 기회를 허투루 날려 버리지 않길 바란다.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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