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아이들한테도 외면당한 정부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아이들한테도 외면당한 정부

입력 2014-07-19 00:00
수정 2014-07-19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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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조차 정부를 못 믿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니 걱정이다. 대학 입시 공부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이, 사회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이 정부나 기성세대에 대한 기대나 신뢰보다 불신을 먼저 체득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너무 일찍 애어른이 된 게 아닌가 싶어 신경이 쓰인다.

18일 서울신문이 창간 110주년을 맞아 서울대 정근식 교수팀, 서울시 교육청과 함께 서울 시내 5개 고교의 2학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월호 이후 서울시 고교생의 의식 및 태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생 10명 중 6명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고 응답한 학생이 10명 중 7명(69.4%)이나 됐다. 참사 이후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불신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8.1%에 불과했다. 학생 10명 중 정부를 믿는다는 사람이 1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아무리 ‘불신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미래의 주역인 고교생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 수준은 위험한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 정부에 대한 연령별 신뢰도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교생과 성인의 정부 신뢰 정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기관들이 조사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짐작해볼 수는 있다. 지난해 2월 발표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2012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부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15.8%, 불신한다는 답변은 3배 많은 46%였다. 올 1월 한 중앙 언론사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사회 신뢰도 조사에서도 행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38.6%로 나타났다. 고교생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 정도가 성인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령별 정부에 대한 불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도 잘 나타난다. OECD가 올 초 내놓은 ‘한눈에 보는 사회상 2014’ 보고서에서 한국 국민의 24.8%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30위로 꼴찌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 젊은 층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15~24세의 응답자들 가운데 한국 정부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24.2%로 전체 연령대에 비해 0.6% 포인트 낮다. OECD는 “젊은 층일수록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기 때문에 젊은 층의 정부 신뢰도는 높다”고 설명했지만 한국만은 예외였다.

그런데다 고교생들의 정부 신뢰도가 이들보다 더 낮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잠시 고교생들이 어떤 경우에 정부에 비판적이 될까 생각해본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대학입시, 믿을 수 없는 수능 난이도 조정, 대중문화에 대한 ‘비현실적인’ 규제, 겉도는 학교폭력 예방법 등이 우선 떠오른다. 여기에 더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관심이 사회적 이슈로 확대됐고 어른들, 사회, 정부, 언론에 대한 불신이 함께 커졌을 것이다. 연일 언론을 통한 질타는 정부와 사회에 대한 냉소만 키웠다.

오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이 된다. 참사 직후 기본이 무너진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바로잡겠다며 쏟아놓은 약속들과 대책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 몇 개나 시행되고 있을지 회의적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단식에 돌입한 유가족과 1박 2일 걸어 여의도에 온 단원고 학생들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노란색 애도의 표식만 옷깃에 달고 다니면 뭐하나. 말만 앞서는 정부와 국회는 불신과 냉소만 키울 뿐이다. “냉소가 쌓이면 분노로 표출될 것”이라는 서울대 정근식 교수의 경고는 정부와 국회, 기성세대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경고에 귀부터 기울이는 것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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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부국장
2014-07-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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