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자치단체장은 외출중] 동호회장, 세 보이려 부르고 단체장들, 표 생각해 나가고

[커버스토리-자치단체장은 외출중] 동호회장, 세 보이려 부르고 단체장들, 표 생각해 나가고

입력 2013-11-16 00:00
수정 201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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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대회에 초청합니다.’ ‘○○○ 축제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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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울산지역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등이 최근 모 단체 주관으로 열린 체육대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울산지역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등이 최근 모 단체 주관으로 열린 체육대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최근 울산지역 기초·광역단체장 비서실에는 행사 초대장이 하루 3~6장씩 쌓인다.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단체에서 출마 예정인 단체장들에게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기관장을 불러 단체와 대표의 입지를 세우려는 것이다.

기관장들은 유권자의 표를 생각해 거절하기 어렵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잠시라도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더러는 주말과 휴일 하루 10개를 웃도는 행사를 돌면서 개인 일정을 포기할 정도다.

지난 3일 울산 모 단체 주관으로 열린 체육대회에는 내년 선거에 후보군으로 꼽히는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등이 대거 몰려 주최 측과 행사 참가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회원만 340여명에 이르는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단체다.

울산시에 따르면 공식 등록된 비영리단체(회원 100명 이상)는 330개에 이른다. 이들 단체의 체육대회나 김장봉사, 정기총회 등이 모두 가을에 집중돼 있다. 행사 때마다 시장과 구청장, 군수 등을 초청하고 있다.

각종 단체가 시장과 군수, 구청장 등 기관장을 초청하는 이유는 행사의 위상 때문이다. 단체장 참석 여부가 주최 측의 영향력과 지역에서 차지하는 행사의 비중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행사의 성격과 무관해도 일단 여러 기관장에게 초청장을 보내기 일쑤다.

A체육단체 회장은 “단체장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건 관심이 있다는 것이자 중요한 행사라는 의미”라며 “단체장들이 와서 참석자들을 격려해 주면 사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B연맹 관계자는 “일반인과 회원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기관장이나 단체장을 초청하는 것은 일종의 세 과시용”이라며 “회원이 많은 조직이나 행사는 기관장들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C연합회 관계자는 “행사에 단체장이 참석하지 않으면 무능한 회장으로 찍히기 때문에 기를 쓰고 참석을 요구한다”면서 “대부분 회장 임기 중 개최한 행사에 기관·단체장을 참석시키지 못하면 힘없는 대표로 찍혀 연임이 어렵다”고 말했다.

단체장은 힘센(?) 관변단체 행사에 많이 참석한다. 보통 회원이 많을뿐더러 소규모 모임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변단체가 초청하면 잠시라도 눈도장을 찍고 온다. 기초단체장 출신 A씨는 “이맘때 불러주는 사람이 많지만, 다 갈 수는 없어서 회장, 단체 회원이 누군지와 성향 등을 살펴보고 간다”며 “회장 입지를 세워 주는 행사는 가급적 피하지만 부득이하게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체육협의회나 새마을, 적십자, 바르게살기, 여성회 등 단체를 선호한다”면서 “회원들을 격려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제로는 선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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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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