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홍의 시시콜콜] 진주 남강 유등의 비가(悲歌)

[정기홍의 시시콜콜] 진주 남강 유등의 비가(悲歌)

입력 2013-08-14 00:00
수정 2013-08-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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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 논설위원
정기홍 논설위원
경남 진주시와 서울시간의 ‘등축제 베끼기 논쟁’이 진주에서 서명운동에 나서며 확산일로에 있다. 지난달 31일 진주시장의 서울시청 앞 1인 시위에 이은 후속 행보다. 지천으로 늘린 등(燈)을 두고 왜 한치의 물러섬 없이 다툼질을 할까. 논쟁은 ‘한국방문의 해’(2010~2012년)에 맞춰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서울등축제’에서 시작됐다. 진주시는 서울시에서 남강유등축제를 베꼈다며 축제를 거두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상생하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지만, 진주시는 일언지하에 거절한 상태다.

이 논쟁은 사실상 ‘유등’(流燈)에서 비롯됐다. 유등은 420년 전 임진왜란 때 진주성 안팎에 군사신호를 보내거나 가족 안부를 묻는 데 사용됐다. 이후 한국 종합예술제의 효시로, 1949년 시작된 개천예술제 때부터 남강에 유등을 띄웠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전국 최우수축제로 3년 연속 지정됐고, 세계축제협회(IFEA) 피너클 어워드 금상 3개를 수상했다. 지난 2월엔 세계 3대 겨울축제인 캐나다 ‘윈터루드 축제’에 초청됐다. 우리의 축제로서는 첫 해외 진출이다. 12월에는 ‘나이아가라 빛 축제’ 참가가 확정된 상태다. 인구 35만의 중소도시로서는 긍지를 가질 만한 행사이고, 서울시에 우리가 원조란 토를 달 만한 근거는 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등을 활용한 축제가 아시아에서는 보편화돼 있고, 한국 등축제의 기원도 임진왜란이 아니라 통일신라 때라고 주장한다. 또 진주시가 모방했다고 주장하는 11개의 등도 5개를 서울시에서 먼저 전시하는 등 일반 소재의 등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서울의 지천에 등축제를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진주시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만한 말이다. 하지만 서울등축제의 전반을 보면 남강유등축제의 포맷과 비슷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청계천 물 위에 설치한 등 디자인 철 구조물이 그렇고, ‘유등띄우기’와 ‘희망유등띄우기’ 등의 명칭도 엇비슷하다. 진주를 의식한 ‘첫 사례’ 자료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도 보기에 민망스럽지만, 서울등축제에 남강유등축제를 초대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약육강식의 정글’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글로벌축제가 된 남강유등축제가 어찌 후발 축제에 참여하겠나.

이번 논쟁에서 얻은 것도 적지 않다. 양측은 피차 축제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진주시는 역사성만 강조했지 완벽한 독창성을 갖추지 못했다. 많은 남강유등 디자인을 중국 쯔궁시 기술자들에게 맡겼다. 서울시도 베끼는 것이 이런 큰 논란을 부를지 몰랐을 터다. 창의적인 축제 콘텐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주시장을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초등학생이 박 시장에게 “함평나비축제도 서울에서 만들고, 한강에 유등행사를 기획할 겁니까”라고 묻는다면 어찌 답할 것인가.

논설위원 h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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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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