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로컬푸드 시대] 아스팔트 옆 텃밭… 흙은 힐링이다

[커버스토리-로컬푸드 시대] 아스팔트 옆 텃밭… 흙은 힐링이다

입력 2013-06-01 00:00
수정 201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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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이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멜라닌 분유 파동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운동은 이제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 50~60대 장년층은 텃밭을 직접 일구는 방식을 선호한다. 흙을 만지고 새싹을 가꾸는 사이에 ‘힐링’이 되는 데다 치솟은 채소값도 아끼고 가족에게 친환경 먹을거리를 대접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다고 한다. 경작이 서툰 젊은이들은 부쩍 늘어난 로컬푸드 직매장과 생활협동조합을 즐겨 찾는다. 로컬푸드 세상으로 들어가 봤다.

31일 서울 도봉구청이 운영하는 한 텃밭에서 주민들이 직접 심은 채소를 가꾸고 있다. 도봉구는 지난 3월 말 현재 10.3㏊의 텃밭을 운영해 강동구에 이어 서울시에서 두 번째로 넓은 텃밭을 가졌다.
31일 서울 도봉구청이 운영하는 한 텃밭에서 주민들이 직접 심은 채소를 가꾸고 있다. 도봉구는 지난 3월 말 현재 10.3㏊의 텃밭을 운영해 강동구에 이어 서울시에서 두 번째로 넓은 텃밭을 가졌다.
어울리지 않을 듯한 도시와 농업 두 단어가 만나 조용한 혁명을 일으켰다. 도시 곳곳에 푸른 텃밭이 돋아난다. ‘웰빙’ 바람을 타고 친환경 유기농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힐링’ 열풍과 함께 흙을 만지며 도시 생활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트렌드가 생겨난 데 따른 것이다.

30일 서울 도봉구가 운영하는 쌍문동의 한 텃밭 귀퉁이에서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하맹선(57)씨는 손을 재게 놀리면서 잡초 고르기에 바빴다. 2011년부터 이곳에서 3평 남짓한 텃밭을 가꾸고 있는 하씨는 자타 공인 ‘텃밭 예찬론자’다. “농사라곤 해 본 적이 없는데 주위에서 텃밭을 가꾸는 게 좋아 보여 덜컥 덤볐다. 그런데 안 했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대만족”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심리적 위안이 하씨에겐 가장 컸다. “흙을 만지다 보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질 수 없다. 마음의 상처가 다 치료되는 것 같다. 요즘 세상에 해코지를 당할까 무서워 이웃에게 말도 못 거는데 텃밭에선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레 말을 걸고 채소도 나눠 먹는다”고 덧붙였다.

하씨처럼 집 근처에서 텃밭을 일구는 사람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104㏊이던 전국의 도시텃밭 면적은 2년 만에 558㏊로 5.4배나 커졌다. 같은 기간 도시농업 참여자도 15만 3000명에서 76만 9000명으로 5배 뛰었다.

조사에 따르면 도시의 규모가 크고 도시화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도시농업이 활발하다. 전국 15개 광역시·도 가운데 서울과 부산, 경기의 주말텃밭 비중이 높았다. 경기도가 157㏊(텃밭 1276개·참여자 14만 7000명)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고 부산이 136㏊(3552개·1만 600명), 서울이 58㏊(170개·8만 4000명)로 뒤를 잇는다. 아무래도 서울에선 자투리땅을 찾기가 어려운 탓이다. 서울 25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녹지가 많은 외곽 지역에 텃밭이 많다. 올 3월 현재 강동구가 14.6㏊로 최다를 기록했다. 도봉구(10.3), 중랑구(5.7), 강서구(5.1) 순으로 이어진다. 도심인 중구와 동대문구에는 한곳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공식 통계치가 모두 관에서 운영하거나 주말농장으로 등록한 텃밭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집 근처 유휴지를 일군 텃밭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도시텃밭의 규모는 크게 늘어난다.

앞으로도 도시텃밭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해를 ‘도시농업 원년’으로 선포하는 등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따라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나선다는 사실은 텃밭 꾸미기가 대중화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주말농장을 경영하는 김창영씨는 “사 먹는 상추와 노지 상추는 먹어 보면 다르다. 한번 텃밭에서 길러 먹기 시작한 사람들은 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못 먹는다. 한없이 오르는 채소값도 아끼고 내 가족의 건강도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사뭇 달라지는 분위기를 전한다. 또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데 젊은 층이 텃밭을 벌여 놓고 바빠서 못 오면 노인들이 와서 밭을 일군다. 1~2월 분양 신청을 받는데 올해는 100% 완료됐다”고 귀띔했다.

글 사진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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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Local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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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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