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양보’…대선 단일화 교착에 또 ‘양보 정치’

서울시장 후보 ‘양보’…대선 단일화 교착에 또 ‘양보 정치’

입력 2012-11-24 00:00
수정 2012-11-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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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정치선언에서 사퇴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협상 완료의 사실상 마지노선인 23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초치기’ 협상전을 벌이며 출구를 마련하려 안간힘을 썼다. 안 후보는 전날 후보 간 회동에서조차 한 치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팀이 만나 봤자 진전을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후보 대리인 간 회동도 제안했다. 문 후보 측이 이를 수용해 낮 12시부터 회동이 진행됐지만 문 후보 측의 중재안과 안 후보 측의 절충안 사이에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고 4시간 만에 종료됐다. 안 후보는 캠프에 머물며 보고를 받은 뒤 5시간의 고심 끝에 사퇴를 결심했다.

사퇴를 선언하며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를 도와 달라고 말했지만 “새 정치의 꿈이 잠시 미뤄졌다.”는 말에는 민주당을 향한 원망과 섭섭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후보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에게 ‘조건 없는 양보’를 한 뒤 후원자로 나섰을 때 그의 양보는 정치에서의 퇴진이 아니라 ‘안철수식’ 정치의 첫걸음이었다. 그로부터 13개월 뒤 대선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문 후보에 대한 또 한번의 양보는 그의 표현대로 정권 교체를 위해 “새 정치의 꿈을 잠시 미룬” 일보 후퇴였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까지만 해도 안 후보는 자신의 행보가 대선 행보로 비칠까 봐 박 시장의 선거운동을 지원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할 정도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머뭇거렸다. 그럼에도 양보와 응원, 재산 기부 등 기성 정치를 뒤집는 행보로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고 당장 그해 12월부터 신당 창당, 4·11 총선 강남 출마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안 후보가 “전혀 그럴 생각도 없고 조금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지만 4·11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그의 영향력을 기대하는 정치권의 러브콜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정치를 하더라도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겠다.”며 출마설을 일축했다.

4·11 총선 이후 긴 침묵을 지키던 안 후보는 5월 30일 부산대 실내체육관에서 ‘특강 정치’를 재개했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진행된 이 강연은 대선 행보의 신호탄이 됐다. 그는 같은 달 고(故)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개인 공보담당으로 선임하는 등 대선 행보를 시작하기 전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안철수재단을 공식 출범시키고 네트워크형 대선 조직을 띄우고 자전 에세이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뒤 9월 19일 출마를 선언하며 대선 무대로 뛰어올랐다.

그의 대선 행보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있었던 건 아니다. 안랩의 신주 인수권부 사채(BW) 저가 발행 논란, 국민은행·포스코 사외이사 논란, 본인과 배우자의 다운계약서 논란, 논문 표절 논란까지 끊임없는 도덕성 시비에 휩싸였고 상처를 입었다. 그러면서도 지역별로는 호남과 수도권, 세대별로는 20~30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항마’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안 후보는 협상을 잠정 중단했고 수세에 몰리는 듯했던 문 후보가 이해찬 민주당 당 대표 퇴진 카드로 역공에 나서면서 안 후보의 견고했던 지지율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협상은 재개됐지만 아름다운 단일화가 물 건너가고 단일화 여론조사 규칙을 둘러싼 양측의 지루한 싸움 끝에 구태 정치의 모습이 재연되자 결국 안 후보는 백의종군을 선택했다. 출마를 선언한 지 65일 만이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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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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