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국산車 생산 50년…5대 강국으로

[커버스토리] 국산車 생산 50년…5대 강국으로

입력 2012-08-25 00:00
수정 2012-08-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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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발車 굴러갈까’ 日 비웃음 써놓고 일해” ‘한국車 1세대’ 김선홍 前기아차 회장 15년만에 모습

“기아가 100% 자체 개발로 승용차를 만든다고 하자 일본 기술자들이 ‘기아가 만든 차가 굴러갈 수 있을까요?’라며 비웃었습니다. 우리는 그 말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씨름한 지 1년 만에 100% 우리 손으로 세피아를 만들어 냈습니다.” 기아차에 입사, 봉고 신화 등을 낳아 ‘한국의 아이어코카’, ‘자동차 경영의 귀재’ 등으로 불린 김선홍(80) 전 기아차 회장의 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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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자택 앞 찻집에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완성차 출시 50주년을 맞는 소회를 털어놓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자택 앞 찻집에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완성차 출시 50주년을 맞는 소회를 털어놓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58년 기아산업 공채 1기로 입사한 그는 1968년 36세에 이사가 되는 등 기아산업과 고속성장을 같이한다. 1981년 자동차공업 합리화 조치 이후 현재 기아자동차의 골격을 잡았다. 포드·마쓰다와 3각협력체제를 구축, 프라이드 신화를 일군 것도 그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기아차의 좌초로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은둔해 왔다.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를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그의 자택 앞 찻집에서 만났다. 칩거 이후 15년 만이다. 김 전 회장은 “바퀴도 핸들도 못 만들던 우리가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 된 것을 보니 인생을 걸고, 자동차 국산화만을 보고 달렸던 나의 인생이 헛되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전 회장이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55년. 유엔재건단의 차량 등에 쓰이는 부품을 조달하거나 만드는 병기기술연구소에서 근무했다. 그는 “자동차 한 대도 못 만드는 나라지만 그곳에선 가내 수공업으로 거의 모든 부품을 만들고 있었다.”면서 “이런 저력이 우리 자동차산업의 바탕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험으로 그는 1962년 기아산업이 상공부와 함께 추진하던 삼륜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김 전 회장은 “3륜차가 나온다고 하자 지금의 서울시청 광장에 우마차들이 가득 모여 ‘삼륜차 때문에 먹고살기 어려워진다’며 데모를 했다.”면서 “그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1970년대 말 제2차 석유파동으로 기아차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회장으로 추대돼 ‘봉고신화’에 이어 프라이드, 세피아, 엘란, 중형차 크레도스 등을 내놓는다. 그는 “봉고는 기아차를 살렸고, 프라이드는 기아차에 날개를 달아 주었던 차”라고 소개했다.

화제를 바꿔 은둔의 배경을 묻자 “다시 세상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냥 ‘김선홍 기아 회장’이란 이름이 잊혀지기를 바랄 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기아차의 좌초 음모설에 대해선 “내가 무슨 이야길 할 수 있겠나. 나는 패장이다. 이제 모든 걸 다 놓았다. 배가 침몰하면 부하들의 크고 작은 실수를 선장이 지는 것이 옳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관련, 김 전 회장은 “세계적인 석학 피터 드러커가 미국 GM이 한창 잘나갔던 1970년대에 ‘쉐보레 브랜드를 스핀업(분사)시켜야 한다’고 했다.”면서 “당시 드러커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GM이 이렇게 위기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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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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