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女플뢰레 단체전 銅… 남현희 개인전 ‘한풀이’

펜싱 女플뢰레 단체전 銅… 남현희 개인전 ‘한풀이’

입력 2012-08-04 00:00
수정 2012-08-0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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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이제 속시원히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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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남현희
남현희(31·성남시청)가 울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았던 검객은 2일(이하 현지시간)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동메달이 확정되자 피스트 위에서 서럽게 흐느꼈다. 지난달 28일 개인전에서 4위에 그친 한을 이날 단체전에서 풀었다. 남현희와 정길옥(32·강원도청), 전희숙(28·서울시청), 오하나(27·성남시청)로 구성된 대표팀은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동메달결정전에서 프랑스를 45-32로 꺾었다. 한국 펜싱 사상 첫 단체전 메달이기도 했고, 남현희에게는 2회 연속 메달이라는 값진 기록을 안겼다.

남현희는 “개인전이 끝나고 칼 가방을 챙기며 펑펑 울었다.”고 뒤늦게 털어놓았다. “베잘리에게 또 진 것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이곳에 3등, 4등 하러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결승에 올라가지 못한 게 속상해서 울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내비쳤다. “단체전도 남았는데 계속 흔들리면 팀에 마이너스가 되니 크게 울고 잊어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넌 왜 수비밖에 못하냐’는 글을 보니 (개인전 패배가) 좀처럼 잊혀지지 않았다.”

남현희는 억울했다.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몸의 왼쪽만 많이 쓰다 보니 골반이 틀어져서 다리 통증이 심하다. “공격에 들어가서 다리를 찢을 때마다 아팠다. 진통제는 먹어 본 적이 없고 도핑 걱정에 참고 뛰었다. 점수가 나면 쾌감 때문에 아픈지도 몰랐을 텐데 번번이 실패하면서 통증에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동메달결정전을 치를 때는 허무해서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제대로 경기 운영이 될 리가 없었다. 1, 2세트까지 베잘리에게 무력하게 끌려갔다. “관중석에서도 베잘리의 이름만 나왔는데, 3세트를 시작하기 전에 왼쪽 관중석에서 어떤 남자분이 쉰 목소리로 ‘남현희 파이팅’을 외쳐 주셨다. 나를 보러 와 주셨는데 이렇게 물러설 순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런데 결국 정신적으로 무너져서….”라며 남현희는 씁쓸해했다.

그래도 함께 뛴 동료들이 있어 마지막에 웃었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휩쓸었던 대표팀은 올림픽 무대에서 그동안 단단히 다져온 팀워크를 자랑했다. 경기 도중 왼손 중지가 꺾였던 전희숙은 “동메달을 딴 순간 팀 생각을 했다. (함께 하니) 기쁨 두배 감동 두배!”라며 환하게 웃었다.

4년을 벼려온 검으로 금메달을 낚아 올리지는 못했지만, 남현희는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일단 지금은 좀 쉬고 싶다. 1999년 국가대표가 되고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태릉선수촌에서 새벽 운동부터 꼬박꼬박 훈련해 왔다. 잠깐도 쉬지 못했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다. 휴식기를 갖고 몸을 만들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하는 남현희의 눈은 어느새 다시 빛나고 있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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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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