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바깥세상] 진정한 ‘미얀마의 봄’은 어떻게 오나

[조환익 바깥세상] 진정한 ‘미얀마의 봄’은 어떻게 오나

입력 2012-06-28 00:00
수정 2012-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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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양대 석좌교수·전 코트라 사장
조환익 한양대 석좌교수·전 코트라 사장
지난주 미얀마를 방문하였다. 미국 등 서양세계의 경제 제재가 한창이었던 2005년 산업자원부 차관 자격으로 방문한 뒤 7년 만이다. 당시 이 나라 경제는 중국이나 인도 등의 경제적 지원에 의해 산소호흡기를 끼고 간신히 연명하던 상태였고 외교적으로도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실정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대우가 벵골만 심해 속에서 천연가스를 발굴하여 미얀마에 희망을 주었듯이, 한국은 미얀마에 희망과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나라로 생각한다며 많은 투자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저 도와만 달라는 이야기였다.

장관도, 차관도, 대사도 모두 군인이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이 나라가 어느 날 수도 이전을 발표하고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 총리가 권력다툼에서 밀려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민주주의와 합리의 눈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고 국민이 참 착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 가운데에도 ‘가을동화’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거리가 한산하고 절대권력의 최고지도자도 그 시간만큼은 부인에게 말도 못 건다고 하였다. 물론 아웅산 수치 여사는 철통 같은 경비 속에 가택 연금되어 식물처럼 살고 있었다.

그러던 미얀마가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민주화의 봄이 찾아왔다. 군사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20년 철권 군부권력이 민간정부로 넘어왔다. 군 출신 현 대통령을 처음에는 군사정부가 뒤에서 조종하는 ‘허수아비’로 의심하는 국민들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소신을 갖고 민생을 챙기고 개혁조치를 밀고 나가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거리에 경찰보다 더 많이 눈에 띄던 군인들을 보기 힘들고 국민들도 주위를 안 돌아보고 정부 비판을 한다고 한다. 순수 민간 전문가들이 각료로 임명되기 시작하였다. 제일 큰 의미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양곤에 있는 동안 그는 영국의회에서 연설하고 있었다. 유창한 영국 악센트 영어로 유머를 편하게 섞어가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현재 세계의 개도국 정치지도자 중 가장 영향력과 호소력이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거리에 차가 7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양곤 시내에 스카이라인도 제법 생겼다. 한류는 이제 드라마 단계를 지나서 K팝이 미얀마의 젊은이들을 흔들어 놓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미얀마의 경제와 국민 생활이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많은 외국기업들이 드나들면서 투자 여건을 탐문하지만 투자 약속이 구체적으로 실천된 것은 별로 없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미얀마의 불확실성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열망과 기백이 7년 만에 양곤을 찾은 필자에게 절실히 느껴지지가 않았다. 미얀마 국민들을 10년간 먹일 수 있다는 금을 붙여놓은 ‘셰다곤’ 사탑을 그때나 지금이나 미얀마 사람들은 탑돌이하며 현세의 행운과 내세의 안녕을 빌고 있었다. 국민적 신앙이 깊은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최빈국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국민들이 결집하여 개혁의 의지를 갖고 모든 관행과 제도를 하나하나 개선하여 외국인들의 눈에 매력적인 미얀마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도 현지의 우리 기업들은 종업원을 위한 기숙사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정부가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물경제는 달아오르지 않았는데도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여 2년 전보다 주요 아파트 월세가 4배 이상 뛰었고, 그나마도 구하기가 어렵다. 통신시설 등 사회간접자본도, 제조업 기반도 거의 없고 가장 큰 수입원인 천연가스도 액화시설이 없어 그냥 파이프로 중국에 저렴하게 수출할 뿐이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경제적 성공을 모두 달성시키는 것은 참으로 먼 길이다. 민주화와 경제적 성공은 외국의 도움이나 정치 지도자의 지도력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의 힘이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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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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