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징검다리]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정치

[장태평 징검다리]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정치

입력 2011-11-03 00:00
수정 2011-11-0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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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치권에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박원순 시장이 탄생했고, 안철수 돌풍이 불었다. 이는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라고도 하고, 정당정치의 위기라고도 하고,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젊은 세대의 반기라고도 한다. 필자는 그 원인이 무엇인가에 앞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는 경고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권에 말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관련한 정당 공천에서도 많은 문제가 야기되었다. 주민들에게 신망이 전혀 없는 사람을 후보자로 공천하여 당의 선거를 망친 국회의원이 많았다. 이 결과는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선거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문제는 기초단체장을 지역 국회의원이 공천하는 현 정당공천제도다. 기초단체장들이 모두 입을 모아 없애자고 해도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이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정당공천제도로는 누가 지역을 위해 기여할지보다 누가 자신에게 충성을 할지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제도는 그야말로 지역주민이 자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앙당에서 지역의 공천권을 행사하지도 않고, 국회의원이 지방자치 선거의 공천권을 행사하지도 않는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힘 있는 사람들은 현상을 자세히 보려는 마음이 부족하다. 일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갈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일이 잘못되더라도 책임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알아서 변명까지 해준다. 호미로 막을 일을 결국에는 가래로 막지 않으면 안 될 일로 만들어 간다. 지금 우리 정치권이 그런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들은 정치의 실패를 얘기하며 실망하는데, 정작 정치인들은 이런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 정치권의 집단이익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최근 선거 때마다 “그러면 안 된다.”는 징조가 자주 나타나는데도, 정치인들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그런 징후를 더욱 크게 보여 준 것이다.

빙산의 90%가 물속에 있는데도 물 밖의 얼음만을 빙산으로 생각한다. 아니 최근 우리 정치인들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제대로 보기에도 힘겨운 상황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노력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는 것 같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은 후보도 내지 못했고, 거대여당은 크게 패배했다. 정치는 국민들의 가슴속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와 요구를 찾아내어 구체적으로 해결해 주는 거라고 한다. 그렇기에 정치적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으나 반드시 나타날 요인들을 찾아내고 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첫째, 이미 나타났던 과거를 보지 않는다. 과거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교훈이고 스승이다. 둘째, 미래를 보지 않는다. 미래는 없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땅에만 만족했다면, 칭기즈칸이 몽골제국을 건설했겠는가? 과학자가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기업인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듯이 정치인들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지도자는 조직이 공유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로 갈라지고, 지역별로, 정파별로 갈라져 무작정 싸울 것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공직 등 전문 직종에 있다가 새로이 정치인이 된 사람들 중에 기성 정치인보다 한술 더 뜨는 정치인이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인들은 정파를 위해 개인 의사를 양보하고, 국가를 위해 정파의 이익을 뒤로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세계는 격변하고 있다. 서로 싸우면서 내부의 힘을 소실한다면, 그동안 쌓아 올렸던 성과가 무너질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 정치가 국민들이 마음에 담고 있는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여 통합하고, 시대적 변화에 맞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우리 정치권에 주는 간절한 부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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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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