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에어로빅 보이즈’

[연극리뷰] ‘에어로빅 보이즈’

입력 2011-01-07 00:00
수정 2011-01-0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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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메탈밴드 에어로빅 전향기 연출가 육성프로그램 ‘요람을’ 선정

말 그대로 ‘흔드는 데’ 목표가 있었다면 출발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서울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차세대 연극연출가 육성 프로그램 ‘요람을 흔들다’에 선정돼 지난 5일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 ‘에어로빅 보이즈’(최원종 연출, 극단 명작옥수수밭 제작)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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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분장과 거친 연주를 일삼던 메탈 밴드 멤버들의 변화 과정을 다룬 ‘에어로빅 보이즈’.
과격한 분장과 거친 연주를 일삼던 메탈 밴드 멤버들의 변화 과정을 다룬 ‘에어로빅 보이즈’.
작품은 입만 열면 ‘퍽’(fuck)을 외쳐대던 데스 메탈(Death metal·거칠고 과격한 연주가 특징인 헤비 메탈의 한 장르) 밴드 ‘지옥의 사생아들’ 멤버들이 에어로빅 센터 직원으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미국의 헤비 메탈 밴드 메탈리카가 1996년 ‘로드’(Load) 앨범을 내고 받았던 비난을 떠올리면 극의 분위기가 쉽게 짐작갈 듯.

흰색 바탕에 시뻘건 핏물과 망치를 그려 넣었던 충격적 데뷔앨범 ‘킬 뎀 올’(Kill’em all)을 기억하는 골수 팬들은 치렁치렁하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댄디 보이로 변신한 메탈리카를 두고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세계적 밴드였던 메탈리카는 험한 욕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건재하지만, 극 중 ‘지옥의 사생아들’은 한국적 음악 풍토에서 고별무대마저 빈 의자를 놓고 치러야 했다.

극은 이런 상황이 일으키는 웃음의 연속이다. 헤드 뱅잉(머리 흔들기)에 미쳐 있던 밴드 주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에어로빅의 발랄한 춤과 작위적 웃음을 흉내내는 과정을 상상해 보라. 로커의 자존심이라는 긴 머리를 미용실에서 잘라내는 장면은 웃음의 절정이다.

송재룡, 염혜란 등 코미디에 능한 배우들은 코믹 연기의 핵심이 호흡이라는 점을 확연하게 보여 줄 정도로 주거니 받거니 탄탄하게 극을 떠받친다. 관객들은 이들의 호들갑에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웃는다. 밴드 멤버들 역시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들이라는 점도 포인트. 겉으로는 마이크의 순결함을 얘기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장과 복장을 한 채 온 세상에 저주를 퍼부어대지만, 속으로는 ‘소녀시대’를 좋아한다.

더 큰 반전은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이가 작가 시절엔 줄곧 심각한 작품을 던져 온 최원종이라는 점이다. 극 전체는 젊은 시절의 무모한 열정이 차츰 무뎌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주제의식만 놓고 보면 그가 쓴 전작 ‘두더지의 태양’,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이 상황을 다소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면, 이번 작품은 코믹한 방식을 택했다는 게 이채롭다. 소재나 극을 풀어 나가는 방식이 아주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데스 메탈에서 에어로빅으로 180도 변신한 것은 ‘지옥의 사생아들’이 아니라 최원종 본인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놀랍다.

다른 무대에서는 비극적 인물을 맡아 열연했던 박완규가 ‘지옥의 사생아들’ 리드 보컬을 맡아 약간 어설픈 리더 역을 소화해 내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짧게 끊어치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가 늘어지는 감은 있으나, 이어지는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7일까지.

‘에어로빅’에 이어 같은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고리끼의 어머니’(임세륜 연출, 극단 다 제작)와 ‘사라-O’(이성구 연출, 극단 가변 제작)다. ‘고리끼’는 9~12일, ‘사라-O’는 14~16일이다.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요람’ 지원작으로 뽑힌 뒤 김석만 전 서울시립극단장, 박재완 극단 루트21 대표, 양정웅 극단 여행자 대표가 각각 멘토를 맡아 만들었다. 이들 작품 가운데 최우수작은 올해 서울연극제에 공식 출품된다. 1만 5000~2만원. (02)765-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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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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