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로그] 서울시향 ‘말러’ 갈수록 기대된다

[문화계 블로그] 서울시향 ‘말러’ 갈수록 기대된다

입력 2011-01-07 00:00
수정 2011-01-0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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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열풍’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 탄생 150주년이었다면, 올해는 사망 100주년이다. 지난해 말러 전곡 도전에 나서 열풍에 불을 댕겼던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해를 바꿔 ‘말러 시리즈’를 이어간다.

지금까지의 말러는 꽤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정명훈은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감동의 지점을 정확히 파악해 치고 빠질 때를 안다. 가령, 말러 시리즈 첫 포문을 열었던 교향곡 2번의 경우 1악장에서는 다소 늘어지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마지막 5악장에서는 폭발을 유도하며 곡의 전체적인 설득력을 높였다. 교향곡 1번도 비슷했다.

이는 지난해 초 “서울시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몸을 낮췄던 정명훈이 악장 간 균형을 달리하며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는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극적인 표현력과 효과적인 힘의 안배로 상쇄시키려는 자구책일 수도 있다. 오케스트라 기량을 냉정하게 인식해 최적의 결과를 내놓을 줄 아는 정명훈의 ‘경제성’이 대단하다.

세밑(12월 30일)에 선보인 말러 교향곡 3번 공연은 그 정점을 찍었다. 1악장부터 강한 면모를 보여 주며 인상적인 무대를 만들어 나갔다. 연주시간만 100분에 이르는 장황한 곡이라 집중력을 잃으면 금방 흐트러지는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넘치는 에너지와 안정감 사이에서 균형도 잘 잡아냈다. 말러 시리즈를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이렇게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는 사실에 객석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현(絃)의 앙상블은 단연 돋보였다. 그동안 서울시향 현악주자들의 개개인 역량만큼 시너지가 나지 않아 늘 아쉬움이 컸다. 같은 파트임에도 들쭉날쭉 나오는 ‘시간차’나 매끄럽지 못한 소릿결은 귀를 괴롭히곤 했다. 하지만 3번 공연에서 보인 현의 앙상블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척 안정돼 있었다.

관(管)의 활약도 대단했다. 국내 오케스트라가 지겹도록 듣는 ‘허술한 관악’ 비판에서 적어도 서울시향은 자유로워진 듯싶다. 특히 트럼펫 주자인 알렉상드르 바티는 전체적인 앙상블을 해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줬다. 압도적인 리듬감과 강약 조절, 소리에 기름칠을 한 듯한 유연한 팡파르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바티는 네덜란드가 국보급으로 자랑하는 로얄콘세르트헤바우(RCO)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수석으로 최근 임명됐다. 세계 정상급 관악주자의 기량을 서울시향에서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아드리안 페루숑의 팀파니는 오케스트라의 안정적인 호흡에 큰 힘을 보탰다. 팀파니가 이렇게 돋보인 것은 국내 오케스트라 사상 전례가 없지 않나 싶다.

1번부터 10번까지 총 10개의 말러 교향곡 가운데 올해 4~9번 6개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입소문이 파다하게 나 공연 표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8번(일명 ‘천인 교향곡’)은 올 12월 공연인데도 좌석이 200석 남짓밖에 남아 있지 않다. 신묘년 새해에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어떤 말러를 보여 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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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1-0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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