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회의-한미 FTA] 美 “30개월 이상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끝까지 고집

[서울 G20회의-한미 FTA] 美 “30개월 이상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끝까지 고집

입력 2010-11-12 00:00
수정 2010-11-1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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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실패 배경

한때 ‘사실상 타결’로까지 알려졌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끝내 결론나지 못한 것은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이라는 미국 측 요구가 결정적이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견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측 협상단은 한·미 FTA 타결의 조건으로 “월령 30개월 이상을 포함해 완전한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약속하라.”는 요구를 막판까지 굽히지 않았다. 반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 우리 측은 FTA와 쇠고기는 별개 사안이라는 논리를 고수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언급되는 것조차 차단한다는 게 기본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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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김종훈(오른쪽)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김종훈(오른쪽)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덕분에 협상 초기 양측은 자동차 문제에 집중했고, 이 부분에서 상당한 논의 진전을 봤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자동차에서는 별다른 이견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협상이 술술 풀려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FTA 실무협상을 마무리하는 지난 9일 오후부터 쇠고기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미국이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으로부터 상당부분 양보를 얻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협상팀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듣고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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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검역·위생의 문제여서 FTA 협의 대상이 아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초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전국에서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우리 정부가 회담을 요청하자 미국은 쇠고기는 FTA와 상관없는 이슈라며 논의를 단박에 거절했다.”면서 “이제 와서 미국이 쇠고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회담의 공식명칭이 ‘FTA 회담’이 아니라 ‘통상장관 회담’이라는 점을 들어 “쇠고기 문제는 언제든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G20을 겨냥했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미국의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한 한국이 무리가 따르더라도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극심한 국민 반발을 경험했던 한국으로서도 쇠고기 문제는 단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명분도 잃고 실리도 없는 한·미 FTA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 측의 철칙이었다.”고 전했다. 김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과정을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G20 정상회의 이전 타결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FTA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모두 쇠고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산 쇠고기 생산량 가운데 월령 30개월 이상은 10%도 안 된다. 한국과의 FTA가 급한 오바마 정부의 입장에선 10% 때문에 협상 판 자체를 엎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동차 문제에서도 결정적인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를 증명하듯 커크 대표는 한·미 FTA 타결 실패 이후 “지난 나흘간 토론의 상당 부분을 자동차 문제 조율에 할애했다.”고 밝혀 자동차 문제가 막판까지 걸림돌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커크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 후 백악관 동행취재 기자들과 가진 배경 설명에서 “매우 생산적인 토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관리들은 미국 자동차산업을 위해 시장 접근의 불균형을 반드시 해소해야만 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쟁점 해결에 실패한 것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좌절’을 안겨준 것은 아니라면서 “우리는 훌륭한 진전을 이뤄냈으나 단지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은 한·미 정상이 합의도출을 위해 시간을 더 갖기로 한 것은 의회 비준동의를 얻기에 더 용이한, 질 높은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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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10-11-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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