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독주회

[공연리뷰]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독주회

입력 2009-10-09 12:00
수정 2009-10-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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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의 독주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과감한 프로그램이다. 연주상의 난이도뿐 아니라 해석이 난해한 바르토크, 슈베르트, 베베른 등의 작품을 대담하게 무대에 올린 도전정신은 분명 다른 연주자와 다른 투철함이 돋보인다.

도전은 그에 따르는 기량과 각오 없이는 무의미한 시도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연주자들이 도전했지만 목표와 실제적 결과가 일치해서 음악적 만족을 느꼈던 적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하지만 백주영은 이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고, 그 바탕에는 청중이 느낄 만큼의 각고의 노력과 천부적 재능이 있었다.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베베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소품’을 한 차원 높은 감성으로 유려하게 재구성했다.

뛰어난 보잉과 포근한 음색은 작품의 음가 하나하나를 깨끗하게 정화했고, 초기 음렬주의가 가지는 함축된 구조성은 치밀한 음색 배치로 역동성을 부여 받았다. 이러한 백주영의 음색적인 탐구는 바르토크의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특히 첫 도입부의 음가들에게 적용되는 각각의 음색은 작품전체를 구성한 중요한 실마리다. 음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채색한 그의 연주는 극사실주의 회화를 연상시켰다.

그는 너무나 뛰어난 기교 탓에 손해를 보기도 했다. 파가니니의 무반주 변주곡은 오히려 백주영의 개성을 바래게 했다. 백주영의 파가니니는 어렵고 난해한 난곡이 아니라 쉽게 들리는 편안한 변주곡으로 전락했다.

이날의 백미는 슈베르트였다. 백주영은 슈베르트 특유의 난해한 작품구조를 섬세하고 세련되게 해석했다. 슈베르트의 작품은 함부로 손댔다가는 내부적 역동성이 붕괴한다.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선율을 유기적으로 실타래 엮듯 이어가는 모습은 마치 즐거운 퍼즐게임을 연상시켰다. 작품의 중심이 중간의 느린 변주곡에 몰려있는 이 기발한 작품을 백주영은 안정감있게 해석해 냈다.

피아노를 연주한 이그낫 솔제니친은 또 하나의 빛나는 주연이었다. 그의 피아노는 깊고 편안하게 음악을 협조했다. 그는 그의 연주를 다시 보고 싶게 하는, 기대하게 만드는 피아니스트다.

‘비루투오조를 꿈꾸며’는 백주영이 붙인 연주회 명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날 연주에서 ‘비르투오조’ 이상의 것을 보여 주었다. 미래를 여는 바이올린의 거장이 날개를 펴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작곡가 류재준
2009-10-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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