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창간 105주년-중산층 두껍게] “희망을 대출 받았죠”… 수급자 女사장 월500만원 벌다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중산층 두껍게] “희망을 대출 받았죠”… 수급자 女사장 월500만원 벌다

입력 2009-07-18 12:00
수정 2009-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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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마지막 비상구 ‘마이크로크레디트’

“여보, 대단해….”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은 그녀의 여린 등을 힘겹게 쓰다듬었다. 지금 아내 차모(44)씨는 매월 500만원가량 소득을 올리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지난해 9월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무보증 소액대출)로 창업자금 2000만원을 지원받은 지 10개월 만이다. 차씨는 현재 간병파견업무, 요양보호사교육 등으로 밤 10시30분까지 근무하지만 희망이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한때 남편과 음식점을 경영하며 아이 셋과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오던 차씨는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빚 1억 5000만원에 집 보증금마저 잃었다. 당시 시중은행 어디서도 그녀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고리사채로 버티던 차씨는 끝내 파산을 신청, 신용불량자가 됐고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했다. 15년간 자활센터에서 간병인으로 지내며 월 8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차에 남편마저 2007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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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빠진 그녀에게 마지막 희망이 된 건 ‘마이크로크레디트’였다. “신용등급조차 없어 돈을 빌릴 수 없는 제겐 유일한 희망이었죠. 앞으로 3~4년만 더 노력하면 기초생활수급자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차씨는 웃었다.

●올해 상반기 1147명 창업 도와

저신용층 서민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가 정부에서 본격 시행한 지 5년째를 맞았다. 당초 신용불량자,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 계층의 대출금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현재 대출상환율은 90% 수준을 보이는 등 비교적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이용한 서민들과 전문가들은 마이크로크레디트가 ‘빈곤층의 탈출구’로서, 노동 의지가 있는 서민이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자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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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8000만원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자금을 이용해 창업에 성공한 김용한(39·나눔특송 대표)씨는 “택배사업으로 현재까지 1억 9000만원을 벌었고 올 연말까지 2억 50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한다.”면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고 만족해 했다.

김씨와 공동창업한 4명 가운데 1명은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청산했고, 또 다른 한 명도 내년 3월이면 수급자 신분을 벗을 예정. 김씨는 “열심히만 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고 강한 믿음을 내비쳤다.

김씨처럼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지금까지 이용한 사람은 2600여명 정도. 보건복지가족부의 ‘희망키움뱅크 지원실적’에 따르면 저신용자층의 상환율은 ▲2005년 86.2% ▲2006년 91.8% ▲2007년 97.7%로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창업자 수도 2005년 47개 자활공동체 189명에서 올 상반기 198개 단체 1147명으로 대폭 늘었다.

●민간단체 공급·사후관리 부족

하지만 전국적 인프라 부족으로 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적고 자금 집행 후의 사전·사후관리 소홀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노대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 만에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다만 운영자가 주로 비영리민간단체로 구성돼 공급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운영경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기금조성 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이용자들도 자금운영과 교육 등 사전·사후 관리가 미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금융소외자는 전체 금융권 이용자 3500만명의 20% 정도로, 경제력이 낮은 여성·퇴직자·실업자·영세사업자 등 금융위원회 추산 2004년 691만명, 2006년 721만명, 지난해 816만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들이 대부업체에서 빌린 ‘고금리 사채빚’은 지난해 사상 첫 7조원을 넘어섰고 올 5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30만명(4.9%)이나 줄었다.

●정부차원 개인 지원 크게 늘려

정부는 이들이 중산층에서 급격히 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를 올해부터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의 ‘희망키움뱅크사업’, 금융위가 지원하는 소액서민금융재단(휴면예금관리재단)에서 올해부터는 서울시(희망드림뱅크사업)와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새마을금고(1514개)가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활용가능 기금액도 연 3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키웠으며 수혜대상을 늘리기 위해 단체가 아닌 ‘개인’ 저신용자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복지부는 올 연말까지 저소득 개인에 대한 지원을 포함 기존 기금 연 20억원을 330억원으로 늘려 3100명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도 소액서민금융재단을 중심으로 사업시행기관을 50곳에서 200~300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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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크레디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15조에 따라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금융소외계층(신용등급 7~10급), 저소득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 자금을 빌려주고 사전·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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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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