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석학 새뮤얼 헌팅턴 前 하버드대 교수 타계

[부고]석학 새뮤얼 헌팅턴 前 하버드대 교수 타계

입력 2008-12-29 00:00
수정 2008-12-2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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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충돌’ 예견… 정치학 분야 새 지평

저서 ‘문명의 충돌’로 서구와 이슬람 문명의 문화·종교 충돌을 예견한 세계적인 석학 새뮤얼 헌팅턴 전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지난 24일 타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81세.

AP통신 등 외신들은 헌팅턴 교수가 심부전증과 당뇨합병증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하버드대는 2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58년간 하버드대에서 강의해오다 지난해 강단을 떠난 헌팅턴 교수가 매사추세츠 휴양지인 마서즈 빈야드 노인 요양시설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념은 가고 문명이 그 자리를 차지”고인은 지난 50년간 미국 정부와 민주주의,비교정치학,군사 정치학,민·군 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17권의 저서와 9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미 정치학 분야에 새 지평을 열었다.

학자 인생의 정점을 찍은 것은 저서 ‘문명의 충돌’이었다.책을 통해 그는 냉전 이후 세계의 무력 충돌은 이념적 갈등이 아닌 주요 문명간 문화와 종교 차이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고인은 “이념은 가고 문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서 “이념의 갈등이 문명의 갈등으로 부활되고 그 중심에 기독교 서구문명과 이슬람 및 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헌팅턴 교수는 이 견해를 1993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공동기고로 처음 발표한 뒤 이를 1996년 책으로 발간했다.‘문명의 충돌’은 39개 언어로 번역됐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중동의 이슬람교와 동아시아권의 유교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을 곳곳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후 고인은 로런스 E 해리슨과의 공동저서 ‘문화가 중요하다’(2000년)를 통해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을 또 한번 강조했다.이 밖에도 그의 이론은 ‘제3의 물결’‘문명의 충돌과 21세기 일본의 선택’‘미국’ 등의 저서로 압축됐다.

●23세에 하버드대 박사… 58년간 강의

1927년 뉴욕에서 태어난 고인은 18세에 예일대를 졸업한 뒤 시카고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51년인 23세에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교수생활을 시작했다.1977~78년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하버드 경제학과 석좌교수인 헨리 로소브스키는 “샘(헌팅턴)은 하버드를 위대한 대학으로 만든 학자”라며 “그가 펴낸 모든 책이 우리에게 충격을 줬고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의 일부가 됐다.”고 고인의 업적을 평가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12-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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