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거울 속으로’ 부활 원작보다 나은 건 왜일까
‘미러’는 한국영화 ‘거울 속으로’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다.‘거울 속으로’에서는 원한에 사로잡혀 백화점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한국 귀신이 등장했지만,‘미러’는 아이디어만을 가져가 할리우드 스타일의 악령 이야기로 바꿔 버린다. 전직 경찰 벤 카슨은 화재로 폐허가 된 백화점에서 야간 경비를 서다가 끔찍한 것을 보게 된다. 거울 안에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한 카슨은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내려 하지만 거울 속의 악령은 카슨의 주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영화 ‘미러’
‘미러’의 악령에게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카슨에게도, 이전의 경비원에게도 그들의 목적을 수행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다. 그건 단순한 원한 같은 것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선과 명확하게 대비되는 악의 존재다. 인간을 괴롭히고, 무고한 사람을 살육하는 존재. 카슨이 악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원한을 풀어 주는 게 아니라 악령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미러’는 전형적인 귀신들린 집 이야기처럼 출발해서 현대판 좀비물처럼 일종의 액션 공포영화로까지 나아간다. 그런 급격한 변화가 안정적이진 못하지만 ‘미러’가 꽤 무서운 영화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월애’,‘엽기적인 그녀’ 그리고 ‘미러’까지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역시 아이디어 때문이다.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었다.‘미러’도 마찬가지다. 거울 속의 존재에서 출발해 뒤집혀진 세계의 악몽으로 이끌어 내는 발상은 훌륭했다. 다만 그 탁월한 아이디어를 전혀 흥미진진하게 풀어 내지 못했을 뿐. 그건 ‘거울 속으로’만의 약점이 아니라, 지금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2008-09-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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