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정치비평] 대통령의 정치실험과 미래비전

[김형준 정치비평] 대통령의 정치실험과 미래비전

입력 2008-08-13 00:00
수정 2008-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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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라가 베이징 올림픽 열기로 후끈거리고 있다. 개막 직후부터 금메달이 쏟아져 나오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과 자신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올림픽 특수인지는 몰라도 두 달 넘게 공전했던 국회가 정상화의 물고를 텄다. 여야는 어제 오는 19일까지 제18대 국회 원 구성을 마무리하기로 잠점 합의했다.9월 정기 국회를 코앞에 두고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문제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면서 국회 정상화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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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잘될 나무 떡잎부터 안다고 했는데 18대 국회는 초반부터 싹이 노랗다는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18대 국회가 이런 수모를 떨쳐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습적 국회 파행을 가져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13대 여소야대 국회 때 국회법이 잘못 개정되어 모든 것을 국회 내 교섭단체 대표들간의 협상으로 결정토록 한 것을 고쳐야 한다. 여야간에 합의를 존중한다는 것은 좋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가 판을 치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황에서 합의 요구 그 자체가 오히려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적으로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원, 원 구성, 국정감사와 같은 국회 운영의근간이 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합의가 아니라 자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더불어 국회 파행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원 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회법 개정에 대해서는 의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지나치게 비대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회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시각을 고치는 것도 만성적인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사항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지적대로 “거대한 힘을 가진 대통령과 비민주적인 조직체인 정당에 끼여 국회가 제 기능을 못했다.”따라서 대통령이 의회정치의 효율성과 생산성 그리고 선진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지난해 11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실시한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한 의식조사’에서 국민 3명중 1명(26.7%)이 ‘대통령이 의회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더구나,‘대통령과 청와대가 여당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당정분리에 대해서는 68.2%가 찬성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대통령은 당과 국회에 일상 정치를 맡기고 행정과 정책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청와대에서 오찬 정례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당·정·청간의 원활한 소통과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와 정책을 사전에 조율한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대통령이 여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던 나쁜 전례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선진 의회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역대 정권에서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과감한 정치 실험을 단행해야 한다.

당정협의회와 정례회동을 폐지하고, 강제적 당론을 없애 의원들의 자율성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야 모두로부터 무제한 견제받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을 선언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창조적 발상의 전환만이 야당을 진정한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게 함으로써 그동안 한국 정치를 무겁게 짓눌러 왔던 만성적 상쟁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향후 60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건국 60주년 8·15 경축사에 이와 같이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대담한 정치 선언이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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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학 교수
2008-08-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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