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5000원에 40분까지 압축한 가뿐한 공연시간. 따라가기 힘든 외국어 대사와 자막 대신 한국어 대사를 갈아끼운 ‘착한 오페라’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은 2006년부터 오페라 초보자들이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중형극장으로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고 가격을 대폭 낮춘 ‘마이 퍼스트 오페라’ 시리즈이다. 지난해 ‘잔니 스키키’ ‘카발레리아 투스티카나’는 90%가 넘는 관객점유율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세번째 작품인 ‘카르멘’(23일∼8월1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의 표값 5000원은 영화티켓보다 싸다. 원래 티켓가격은 1만∼5만원이지만 학생들은 반값에 공연을 볼 수 있게 한 것.2004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쓰던 의상소품 등을 그대로 가져오고 50여명의 배역과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대극장 오페라 못지 않는 감동을 전한다.
올해 10년째를 맞은 서울국제소극장오페라축제(17∼20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도 유료객석점유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대중적인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이번에는 모차르트 오페라 ‘극장 지배인’과 살리에리의 ‘음악이 먼저, 말이 먼저’,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등 40분짜리 단막오페라 세 편이 소개된다. 앞의 두 작품은 늘 붙어다니는 ‘일란성 쌍둥이’ 같은 작품으로 오페라 제작 현장의 속살을 실감나게 그려낸 풍자극이다. 오페라와 극장, 성악가의 이면을 철저히 조롱하는 발칙한 오페라로 관객에게 뜻밖의 쾌감(?)을 안긴다.3만∼5만원. 최지형, 김건우, 장수동 세 명의 연출가가 각기 다른 색을 입혔다.
가족오페라 ‘마술피리’(8월9∼24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는 7년간 전회 매진된 인기 레퍼토리. 이번에는 3시간의 공연시간을 2시간으로 압축하고, 독일어 대사는 우리말 구어체로 바꿔 관객의 부담을 덜어줬다. 새잡이 파파게노가 내레이터로 나서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극 중 어린이 역할에 실제 어린이와 청소년을 캐스팅해 사실감을 높였다.3만∼5만원.
소극장오페라축제를 기획해온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최근 오페라들이 소극장 공연이나 해설 등의 친밀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을 대폭 늘렸다.”면서도 “3년만 관람하면 다 봤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레퍼토리가 소개되지 못하고 지방 공연까지 확대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7-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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