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익 ‘위안부광고’에 열받아 찍었죠

日 우익 ‘위안부광고’에 열받아 찍었죠

입력 2008-05-03 00:00
수정 2008-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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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53) 감독은 ‘관계맺기’로 영화를 찍어온 사람이다. 국내 독립다큐멘터리의 시작이 된 ‘상계동 올림픽’(1988)은 철거촌에서 5년간 살며 만든 것이다.200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표현의 자유상을 받은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다큐멘터리 ‘송환’은 12년간 그들을 지켜본 결과물이다.

●독립영화의 아버지, 위안부 얘기를 담다

그가 다큐멘터리를 빚은 지 꼭 20년이 지났다.“다큐멘터리 만들었다는 걸 만든 다음에 알았다.”는 감독에겐 이제 ‘독립영화계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인장처럼 달린다. 지난달 30일 서울 신대방동 푸른영상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다큐 감독에게 요즘 세상은 재미가 없어졌다.”고 했다.20년의 간극을 묻자 자기반성이 먼저 나왔다.“‘상계동 올림픽’은 화질은 열악해 보기 답답하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울림이 있어요. 그런 열정이 지금 나한테 있을까 자문해보면 좀 자신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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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영화감독
김동원 영화감독
김 감독이 이번에 유엔인권정책센터가 기획한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 ‘끝나지 않은 전쟁’(63years on제작 드림빌 엔터테인먼트)을 내놓았다. 미국 의회에서 사죄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여론조성용’ 작품으로, 해외방송사를 통해 내보낼 예정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김 감독이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 제안을 받은 건 지난해 4월. 처음에는 거절했다. 먼저 상대와 친해져야 카메라를 갖다 대는 그의 작업방식과 달랐기 때문이다. 생각이 바뀐 건 지난해 5월 초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일본 우익의 전면 광고를 보고 나서다.“‘위안부 여성을 강제로 납치했다는 증거가 없다. 그들은 고급장교보다 더 돈을 많이 받았다.’는 옛날 일본신문 기사를 보니 열이 나더군요. 그래서 영화를 만들 마음이 생긴 거죠.”

지난해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조교수로 임용된 그는 방학 내내 작업에 매달렸다.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일본·중국·필리핀·호주를 오가며 촬영을 했고, 겨울방학에는 편집을 했다. 목적이 분명한 작품이라 개인적인 욕심은 줄였다. 분량도 딱 60분이다.

“작가적인 욕심은 원래 없었지만 여성과 전쟁의 문제로 확대하고 싶은 맘은 있었는데 포기했어요.”

●‘사죄결의안´ 통과시킬 촉매제 되고파

‘끝나지 않은 전쟁’은 두 축으로 흐른다. 하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상처와 전후 흉터를 안고 살아온 삶의 진술이다. 한국·필리핀·네덜란드·중국인 할머니 5명이 주인공이다. 다른 축은 1991년 여름, 세상에 처음으로 위안부 사건을 알린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온 것. 바로 사죄결의안의 진행 과정이다.“임무는 두 가지였어요. 첫째는 할머니들의 살아온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죠. 그리고 일본이 강변하는 주장의 허구를 논리로 깨야 됐고요. 사죄결의안이 통과되는 나라가 전세계적으로 30∼40개국 이상으로 늘어나면 (일본에 대한) 압력 강도가 달라지겠죠.”

감독은 “‘관계맺기’를 못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전작 ‘송환’에 등장했던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때 “카메라를 내동댕이치고 울고 싶었다.”던 김 감독이다.

●“하고픈 일, 해야만 하는 일 모두 내 몫”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앞으로 해야 할 작품도 많고 하고 싶은 작품도 많다고 했다. 줄잡아 10개는 된단다.

해야 할 작품은 전작의 속편들이다. 상계동 올림픽, 행당동 사람들, 송환 등의 속편을 계획 중이다. 하고 싶은 작품을 묻자 ‘엽기적’인 거라며 말을 아끼다 겨우 귀띔한다. 오줌을 먹는 것,‘요로법’에 대한 다큐멘터리란다. 내친 김에 “이젠 하고 싶은 것만 해도 되지 않냐.”고 묻자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차이가 크지 않아요. 하고 싶은 것도 해야 될 거고 해야 될 것도 하고 싶고….” 그건 바로 그가 다큐멘터리 감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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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2008-05-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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