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째 창작 뮤지컬로 만난 남경주&최정원

14번째 창작 뮤지컬로 만난 남경주&최정원

정서린 기자
입력 2008-02-23 00:00
수정 2008-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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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롯데월드 예술단 1기. 뮤지컬의 대중화를 이끈 1세대 커플 남경주(44)와 최정원(39)의 첫 만남의 계기였다.

“본 지 하루이틀짼가,(정원이가) 노래연습을 시켜달라 해서 피아노 반주를 해줬는데 다듬어진 건 아니지만 재능이 있는 친구다, 느꼈죠. 귀찮을 정도로 많이 물어봐 대학 강의 노트도 빌려줬어요.”(남)

“오빠는 그때도 스타였어요. 서울예전 시절부터 재능꾼이었죠. 고3때 처음 봤을 때의 아우라란…. 제가 열정만 있고 그저 좋아서 춤추고 노래했을 때 연기, 이론을 가르쳐줬고. 만난 그 순간이 제가 이 자리에 있게 한 에너지원이죠.”(최)

3년 전

뮤지컬 ‘아이러브유’, 두 사람이 13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두 배우 모두 20여년 무대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여기서 꼽았다.

“마지막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장례식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을 하면서 나중에 우리가 늙었을 때의 모습을 봤어요. 과연 우리가 진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을 때 이렇게 무대에서 공연하거나 얘기 나눌 수 있을까. 틀림없이 그럴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면서요.”(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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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뮤지컬 대중화를 이끈 1세대 커플 남경주(왼쪽)와 최정원.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국내 뮤지컬 대중화를 이끈 1세대 커플 남경주(왼쪽)와 최정원.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현재

뮤지컬계의 ‘장소팔고춘자’‘최불암김혜자’커플이 이번엔 ‘소리도둑’(4월5일∼5월25일·서울 호암아트홀)으로 만났다. 영화 ‘에이미’(Amy)를 원작으로 한 ‘소리도둑’은 연출가 조광화가 쓰고 지휘하는 창작 뮤지컬.

유명가수인 아버지의 사고로 소리를 잃은 소녀 아침이가 엄마 인경(최정원)과 함께 시골로 내려가 실패한 천재 작곡가(남경주)를 만나며 소리를 되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남경주와 최정원은 ‘사람 냄새’ 때문에 이 작품을 택했다. 소리를 잃은 아이를 통해 외려 어른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인간애가 맘에 들었기 때문.

두 배우 모두 아이가 있는 터라 감정이입은 자연스레 배가됐다. 딸 수아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최정원에 대해 남경주는 “다리가 연습실 바닥에 붙어 있는 듯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제작자가 수아도 오디션을 보게 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현실과 무대는 달라야 하는데 제 딸이면 몰입이 힘들 것 같아요. 언젠가 딸이 무대에 서겠다 하면 찬성이지만요.”(최) 남경주는 5월 말 태어날 아기 덕분에 매일매일이 감격스럽다.“작품을 하고 있는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가 소리를 찾는 과정의 조연으로 연기하니 마음이 참 좋아요.”

뮤지컬의 성장에 한몫 한 ‘커플’인 만큼 공연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은 남다르다.“제겐 적성에 맞아 한 일이지만 속으로는 이 장르가 사람들에게 인정 못 받는 불모지니 선구자가 되어 한번 해보자 했었어요. 그런데 후회스러운 게 있다면 내가 대중화에 앞장서다 보니 요즘 뮤지컬이 가벼워진 데 일조하지 않았나 하는 거죠.” 연극으로 데뷔한 남경주는 유치진 선생이 주창한 진실과 아름다움이라는 연극정신을 구현하고 싶은 바람이 크다. 점점 작품 선정에 신중해지는 이유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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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남경주(왼쪽)-최정원
뮤지컬 배우 남경주(왼쪽)-최정원
십수년 전 잘 나가는 영화배우, 탤런트들과 함께 출연해 그들의 10분의1도 안 되는 출연료를 받던 시절이 최정원에게도 있었다. 그렇게 15년차 팬을 얻은 최정원. 그런 그가 요즘 아쉬워하는 건 ‘무대에 대한 존경심’이다.“예전에 저희는 무대 오르기 전에 흙이나 먼지가 묻지 않은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 무대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어요. 무대는 꿈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무대에 침을 뱉는 배우도 봐요.”

두 배우에게 공연은 ‘달맞이꽃’이다. 관객과 같은 공간, 시간에 한껏 펼치고 나면 없어지고 마는 공연. 마치 달이 환하게 비칠 때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지는 달맞이꽃처럼 그 순간만 존재하는 시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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