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45) 상여 장식에 쓰였던 木人(목인)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45) 상여 장식에 쓰였던 木人(목인)

입력 2007-11-22 00:00
수정 2007-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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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관 상징하는 망자의 길동무

사람은 영혼과 육신을 뜻하는 혼백(魂魄)으로 되어 있어, 죽으면 육신은 땅에 묻히고 영혼은 저승에서 심판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염라대왕의 명으로 달려온 저승사자는 쇠몽둥이로 등을 치고, 쇠사슬로 얽어매어 사람의 넋을 저승으로 떼어 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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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을 든 여인. 여자가 호적을 들고 남자에게 간다는 혼인의 의미를 담고 있는 상여 장식이다. 목인박물관 소장
호적을 든 여인. 여자가 호적을 들고 남자에게 간다는 혼인의 의미를 담고 있는 상여 장식이다.
목인박물관 소장
저승사자는 이렇게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저승길의 난관을 헤쳐가면서 망자와 동행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면 가장 먼저 ‘사잣밥’을 차려서 저승사자의 마음을 달래고자 했지요.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시신을 운구할 때 썼던 충남 예산군 덕산면 광천리 마을의 ‘남은들상여’(중요민속자료 제31호)에서도 용머리판 마룻대 중간에 동자 차림으로 팔장을 끼고 있는 저승사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상여 꼭대기에 버티고 서서 잡귀들에게 앞길을 막아서지 말고 썩 물러나라고 호령하고 있는 모습이지요.

상여에는 저승사자뿐 아니라, 갖가지 색깔로 치장된 다양한 목조각이 베풀어졌습니다. 가마는 임금이나 고관대작이 타는 것이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는 신분의 제약이 없었지요. 혼례식 하루 만큼은 신분이 낮은 신랑신부라도 사모관대와 족두리, 원삼 등 궁중예복을 허용한 것도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천국으로 가는 가마’라고 할 수 있는 상여의 목조각은 오히려 신분이 낮은 사람 것이 훨씬 화려해지기도 했습니다. 남연군 것을 비롯하여 남아 있는 조선시대 왕실종친의 상여가 단층인 데 비하여,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에 살던 만석꾼 최필주의 장사(1856) 때 사용한 ‘산청 전주 최씨 고령댁 상여’(중요민속자료 제23호)’는 4층의 누각식 건물 형태지요.

조각 장식은 살아 생전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주고, 저승사자처럼 망자에게 길동무도 해주겠다는 뜻입니다. 성리학이 국교인 조선시대에 장례절차는 당연히 유교관습을 따랐지만, 내심으로는 영혼불멸의 내세관을 그대로 갖고 있었음을 상여 장식은 보여줍니다.

이렇듯 나무로 만든 인형을 목인(木人)이나 목우(木偶), 목용(木俑)이라고 불렀습니다. 소박하고 순수한 모습에 원색의 화려함과 해학이 더해진 목인은 최근 수집가들 사이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지요.

특히 상여에 장식된 목인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말이나 해태, 호랑이를 타고 있는 선인, 선비, 광대는 악귀로부터 망자를 보호합니다. 이 망자의 보호자는 일제강점기에는 칼을 든 순사, 해방 이후에는 철모를 쓴 국군의 모습으로 나타나 시대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봉황을 타고 있는 동자를 조각한 목인은 망자가 하늘로 가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지요.

상여 장식에 광대와 재인, 악공이 보이는 것은 귀인의 행차를 의미합니다.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한 선비는 사흘동안 서울시내를 돌아다녔는데, 세악수(細樂手)가 연주하는 가운데 광대가 춤추며 익살을 부렸고, 재인은 줄타기나 곤두박질로 흥을 돋우었다고 하지요. 망자가 저승으로 가는 동안 느낄 지루함이나 무서움을 덜어주었을 것입니다.

신랑신부도 등장합니다. 저승에 가서도 좋은 인연을 만나 백년해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신랑신부의 모습만 혼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호적을 들고 있는 여인도 결혼을 상징합니다.‘호적을 판다.’는 말은 여자가 호적을 남자에게 옮긴다는 뜻이지요. 상여 장식에서는 이승에서 호적을 파서 저승으로 가져간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서울 인사동 골목에는 목인박물관이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수집한 3000점 남짓한 목인을 소장하고 있지요. 자칫 잊혀질 뻔했던 목인이 최근에는 민속학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민중예술의 한 장르로 미술사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이런 선구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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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suh@seoul.co.kr
2007-11-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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