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여러 분석-도곡동 땅의 차명 여부에 대한 검찰 중간수사 발표나 박 전 대표측의 막판 대공세, 숨은 표를 간과한 점 등-이 있지만, 일방적 승리보다는 신승이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 더 도움을 주리란 게 중론이다. 신승이 남긴 교훈은 바로 겸허한 자세다. 박 전 대표측의 도움 없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을 버리는 것이다. 이는 곧 포용과 아량의 극대화다.1997년과 200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일방적 승리를 거둔 이회창 후보가 자기 식구들만의 친정체제 강화로 두번이나 패배한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듯싶다. 이 후보가 “당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전심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듯이 덧셈정치의 구체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용의 상징성을 위해서도 캠프 핵심인사들의 2선 후퇴는 선행돼야 한다. 자칫 ‘그들만의 잔치’로 흐를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다.‘당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캠프인사들은 뒤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박희태 공동 선대위원장의 발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또 하나. 한나라당의 공식 대선후보가 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는 10월 초순까지 ‘호흡 조절’ 시기를 갖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범여권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마당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서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선을 치르느라 고갈된 체력도 비축하면서 잠시 논쟁의 한복판에서 비켜서는 것일 게다. 범여권과의 네거티브 검증 공방은 당에 맡기면 된다. 경선 검증 과정에서 추락한 이 후보의 선도(鮮度)를 끌어올리는 길이기도 하다.
겸허한 자세는 아래로 임한다는 것과 통한다. 민심 투어같은 전국 순회 행보를 통해 당원·대의원을 연쇄적으로 만나는 것도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박 후보의 열렬 지지자들을 만나 마음을 열고 단합을 호소한다면 이것이 곧 포용의 실천이다. 박 전 대표의 진정한 협력도 이끌어낼 수 있다. 범여권은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의 검증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내가 검증을 다해봤는데 별 게 없더라.”고 한다면 범여권의 검증 공세는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
신승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는 것은 이 후보의 몫이다.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복이 정치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이 후보가 하기 나름이다. 이 후보의 선택을 주목한다.
jthan@seoul.co.kr
2007-08-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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