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욱 전 서울대 교수ㆍ외교안보 수석
1921년 7월 상하이에서 창당된 중국 공산당은 처음부터 조국 근대화를 지상과제로 내세웠다. 공산주의는 목표가 아니라 부국강병이라는 민족주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훌륭한 집권정당을 만들지는 못했다. 인민공사를 만들고 대약진을 외쳤지만 결과는 수천만명이 굶어 죽었다. 문화혁명은 중국을 무질서와 광란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었고 수많은 유능한 간부와 무고한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길을 걷는 반동이라는 누명을 쓴 채 숙청당했다. 그래서 마오쩌둥이 죽고 4인방이 숙청될 때까지 중국은 부국강병은 고사하고 경제적 궁핍과 정치적 불안 속에서 침체와 퇴영을 거듭했었다.
그래서 권력을 다시 잡은 덩샤오핑은 닫혔던 문호를 개방하고 시장경제를 과감히 도입하면서 자본주의 국가들과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갔다. 공산주의를 근대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던 실험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자본주의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 결과 지금 중국은 세계에서 4번째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머지않아 세계 최대 강국이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 꿈이 달성되는 시점이 빠르면 2012년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앞으로 5년이 그 꿈을 달성하는 결정적 시기라는 게 지금 중국을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들의 생각이다. 바로 여기에 이번 가을 당 대회가 갖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후진타오가 당 총서기 및 군사위원회 주석직에 재선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년 봄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국가주석에 재추대될 것이라는 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총리를 맡고 있는 원자바오 역시 유임이 확실하다. 그 밖에는 누가 물러나고 누가 새로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교체의 폭이 상당히 클 가능성은 매우 높다.70세 이상은 모두 물러나는 전통이 지켜진다면 최고지도층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에서 절반 정도가 바뀌어야 한다. 부정부패나 건강 등의 이유를 합치면 후진타오와 원자바오와 리장춘 등 3명 정도만 살아남을 수도 있다. 정치국의 경우에도 24명 중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이다. 특히 정치국의 정원이 30명으로 늘어나는 경우 신인의 비율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후진타오 체제의 틀이 유지되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더 이상 중국의 마지막 근대화 작업의 완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도 개발독재의 시대는 그 생명이 소진되고 있다. 성장보다는 분배를 더 중시하고 물질적 풍요와 함께 정신적 요구도 충족시켜야 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공산당이 다른 정치 세력이나 시민단체와 어느 정도 권력을 공유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가을의 당 대회에서 등장할 5세대 지도자들이 그런 생각과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중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온정주의적 독재형이 아닌 국제적 감각이 몸에 밴 서민적 화합형의 새로운 인물들이 얼마나 등장하느냐가 중국 근대화의 마지막 희망이라 할 수 있다.
2007-05-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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