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결혼’ 거부하는 5년동거 연하남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결혼’ 거부하는 5년동거 연하남

입력 2007-05-09 00:00
수정 200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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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년전 여섯살 연하의 남자를 만나 합의하에 동거를 시작했고 지금껏 잘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도 해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데 그냥 둘이 좋을 때까지만 살자며 허락을 안 합니다. 함께 살면서 경제적인 안정도 찾았고 다른 불만은 없는데 어떡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남들처럼 아이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꿈을 버려야 할까요? -박은지(가명·36세)



A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해서 남들처럼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을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5년이면 적지 않은 사실혼 관계인데 함께 한 남성과 안정적인 가정에 대한 미래의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니 얼마나 불안하고 답답할까요.

더구나 연하의 남성이라면 그 불안감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지요. 좋을 때만 함께 하겠다는 말은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오면 헤어질 수 있다는 말로 들리며 삶의 동반자로서 상대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현재의 경제적인 안정, 성관계 만족, 취미생활 공유 등으로 상대 남성과의 관계를 잘 유지시켜 왔다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지요.

좋은 때만 함께 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닙니다. 상대에게 늘 좋은 모습만을 보이기 위해서 가면(假面)적인 관계로만 만날 수밖에 없답니다. 사랑은 괴로울 때나 힘들 때, 병들 때 예기치 않은 고난이 닥쳐온다 해도 상대를 떠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이 지켜 보는 가운데 부부서약을 맺는 의식을 갖는 것도,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합법적인 관계를 인정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상대 남성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우선 대화를 통해 상대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들여다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존재인지 확인하세요. 대화 과정에서 어린 시절 가족간에 상처받은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현재를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 보세요. 감정은 가변적인 것으로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시킬 힘이 부족합니다. 인간관계에서 감정의 중요성은 인정하나 결코 감정에 지배당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갈망하지만 가진 순간부터 그 소중함을 외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입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내가 다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평소 “노”라고 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의존적인 관계에 길들여져 있다면 내 자신의 욕구충족이나 결혼관, 인생관 정립에 따른 고민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런 후, 상대에게 결혼식, 혼인신고 등에 대한 의사표현을 내 감정에 충실하여 당당하게 전달하세요. 다 잃을 것 같은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과감히 접고 별거기간을 갖는 것도 권합니다. 함께 살고 있는 상황에서는 객관적 판단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상대에게도 내존재 가치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누구와 결혼하느냐에 따라서 개인의 인생이 크게 달라집니다. 부모, 형제, 자녀를 선택할 수는 없어도 배우자는 유일하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이지요. 배우자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나의 삶에 가장 지속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은 신중해야 하며 자신이 평소 추구해 왔던 결혼관에도 충족되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부부, 결혼, 가족에 대한 의미에 대해 좀 더 냉정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 보고 미래의 삶을 선택하고 재조정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2007-05-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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