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매니페스토와 여론조사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매니페스토와 여론조사

입력 2007-04-21 00:00
수정 2007-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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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가 대통령의 정통성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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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여야의 대통령후보를 결정짓는 잣대가 된 이상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의 경선이나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협상에서 여론조사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터이고, 여기서 이긴 후보가 본선에 나가 승리할 경우 여론조사의 공정성 시비는 대통령 당선자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경선 2위자나 단일후보가 되지 못한 사람이 깨끗이 승복하고 대통령후보를 돕는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상반된 해석을 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경선에서 진 쪽이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문제삼아 그런 것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그 같은 언급을 하는 인사들도 몇 있다.

20%대에 머무르는 여론조사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박 전 대표 캠프가 더욱 그렇다. 박 전 대표 캠프 인사들은 여론조작이라고까지 몰아붙인다. 한 의원은 사회분열 가능성까지 언급한다.

양 캠프는 지난 19일에도 한치 양보 없는 공방전을 전개했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34.1%로 떨어졌고, 그로 인해 박 전 대표와의 격차도 12%포인트로 좁혀졌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이 전 시장측과 드디어 거품이 빠지는 증거라는 박 전 대표측의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전 시장측에서는 지금까진 선호도 조사였다가 갑자기 지지도 조사로 바뀐 것을 의심했다.

선거 여론조사는 지지도냐 선호도냐, 전화조사냐 ARS(전화자동응답)냐, 샘플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만큼 구설을 타기 십상이다.

여론조사, 특히 선거 여론조사는 지금 위기다. 조사기관들이 설문 내용과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지율 또는 선호도가 오락가락하는 마당에 너무 쉽게 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결과와 1∼2%포인트 차이만 나더라도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한다. 조사 의뢰자가 현격히 줄어들게 마련. 심지어는 잘못된 예측과 결과로 의회 청문회까지 열렸을 정도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부소장이기도 한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현재의 여론조사는 가수가 어떤 노래를 부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인기 순위를 결정하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면서 “여론조사가 공공재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각 후보들의 대표 정책공약을 반드시 포함시켜 선호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공정한 여론조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이, 오직 이름만으로 선호도를 묻는 경마식 여론조사는 대국민사기극이라고 규정한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지적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현재의 여론조사가 후보들의 책임있는 약속이나 구체적 정책과 비전을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불분명한 이미지만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강요하는 까닭이다.

감시자로서의 매니페스토본부의 활동은 더욱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언제나 표본이 문제되는 만큼 통계청에 공식적으로 자료를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대선 후보 선출시 중앙선관위가 여론조사를 직접 관장하는 것도 검토할 만한 방안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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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han@seoul.co.kr
2007-04-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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