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외로움이 밀려 올 때가 있다. 세상에 혼자인 것 같고 아무에게도 말 못할 먹먹한 가슴으로 잦은 한숨을 쉬고 기운을 놓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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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른 새벽. 담배만 푹푹 피워 물다 잠도 들지 못하고 뒤척이며 일어나 TV를 틀었는데, 부지불식간에 이런 제목의 단막극이 시작되고 있었다.‘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
그 순간 가까스로 참고 있던 외로움이 봇물 터지 듯 순식간에 밀려들어 왔다. 쪽팔린 얘기로 차마 ‘울음이 터졌드랬어요.’라고는 못하겠고,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세상의 모든 슬픈 노래가 내 얘기 같고, 나만 뚝 떨어져 이렇게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다는 느낌말이다. 갑자기 우울증의 심각함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슬픔과 외로움을 홀로 견디고 있을 당신에게 이 영화를 선물한다.
‘타인의 삶(The Lives Of Others/Das Leben der Anderen,2006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동독에서 시작한다. 나라와 자신의 신념을 맹목적으로 고수하던 차가운 인격의 소유자인 비밀경찰 비즐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이만을 체포할 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그와 크리스타로 인해 감동받고 사랑을 느끼며 인간적으로 끌리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비즐러의 삶에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파문이 일어나고 통일된 독일에서의 비즐러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한 남자가 감시하던 두 남녀를 통해 역으로 사랑과 인간애를 배우게 되면서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유럽 대륙을 넘어 세계적으로 그 감동을 나누고 뒤늦게 우리 곁에 찾아 왔다.
언제나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선이 주는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영화 ‘씨 인사이드(The Sea Inside/ar Adentro,2004년)’ 역시 독특한 색깔을 불어넣어 감성을 뒤흔든다.
전신마비자의 억눌린 욕망을 마치 새가 훨훨 날아가는 것 같은 시점으로 보여주는 영화 도입부와 후반부, 꿈 장면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은 딱딱해 보일 것만 같았던 안락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신비감과 독창성을 부여한다. 그저 논란이 되었던 실화를 재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화로서 어둡고 고난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던 라몬 삼페드로의 밝고 쾌활한 성격, 그가 던지는 유쾌한 유머들로 보는 이들의 마음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삶은 자주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흐른다. 속도 또한 발맞추기 힘든 지경으로 쏜살같다. 좌절과 수시로 맞닥뜨리고, 불행은 결코 나만을 비켜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도는 더 간절해지고, 노력은 불가피하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고 있는 현자를 아니꼽게 본 장사치가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 새 한 마리를 손에 쥐고 찾아갔다.
그리고 물었다.“이 새가 살겠습니까, 죽겠습니까.” 살겠다 하면 힘을 주어 죽일 참이었고, 죽겠다 하면 날려 보낼 참이었다. 현자는 이렇게 말했다.“그 새는 네 손에 달렸다.” 삶은 ‘내’손에 달려 있다.
시나리오 작가
2007-03-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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