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하)] 6600건 상담중 8.9% 공소시효 끝나 ‘또다른 고통’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하)] 6600건 상담중 8.9% 공소시효 끝나 ‘또다른 고통’

김효섭 기자
입력 2007-02-23 00:00
수정 2007-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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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 지났지만 그 기억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리고 누군가 알까봐 두렵습니다. 나중에 결혼하는데도 지장이 생길 것 같고…정말 미치겠네요.”(A씨)

“가족들이 충격을 받느니 ‘나만 입 다물면’하는 생각에 이 사실을 숨기면서 피해가 반복되고 그동안 당한 세월과 겪은 상처들로 억울함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결국은 삶의 의욕이 없고 자살충동, 굴욕감, 성에 관해 이미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B씨)

20세이상 성인 10.6%도 공소시효 지나

성폭력, 특히 아동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에게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더 큰 문제는 고통을 겪던 피해자들이 힘들게 법적 해결을 시도하더라도 형법상 미성년자 강간 공소시효 7년이 지난 예가 많아 이마저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담한 6609건 가운데 8.9%에 해당하는 592건이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여성이 57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20세 이상 성인도 63건(10.6%)은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당시 나이는 8∼13세 284건(47.9%),7세 이하 유아 133건(22.4%),14∼19세 107건(17.2%) 순으로 어린이들의 피해가 가장 많았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 87.8%(520건)로 나타났다. 친·인척 363건, 이웃 64건 등이다.

성폭력 피해는 계속되지만 법적 해결은 못해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들은 상담 과정에서 “그때는 무슨 일인지 몰랐다.” “당시에는 창피하다고만 느꼈고 성폭력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친·인척에 의한 아동성폭력은 일상적인 애정 표현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아버지로부터 아동성폭력을 당한 C씨는 “아버지가 ‘사랑해서 그런거다.’라며 성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또 가까운 사이에 의한 성폭력은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D씨는 “엄마가 고생하고 산 세월을 알고 있어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고,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용서해 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성폭력에 대한 법적 해결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를 극복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 문제는 공소시효로 인해 이런 계기를 갖지 못해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계속해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성폭행 피해자들은 외상은 이미 치유됐지만 만성두통·수면장애 등을 겪고 있다.D씨는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 것 같아 겁이 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7-02-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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