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765)-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22)

儒林(765)-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22)

입력 2006-12-28 00:00
수정 2006-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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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22)


죽기 전까지도 눈 밝은 군주의 출현을 고대하였던 공자의 모습은 마치 소설 ‘큰 바위 얼굴’을 연상시킨다. 평생 동안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성인을 고대하고 있었던 주인공 자신이 마침내 큰 바위 얼굴이었다는 너대니얼 호손의 명작소설의 내용처럼 평생 동안 이상적인 왕을 고대하며 천하를 주유하였던 공자는 죽은 후에야 이 세상이 그토록 고대하였던 큰 바위 얼굴이 바로 공자 자신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왕 중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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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낳은 예수와 부처, 그리고 공자의 3대 성인은 이처럼 세속의 왕권과 그 화려한 권세와 영광을 포기함으로써 진리의 왕 중의 왕으로 환생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물끄러미 공자의 무덤 앞에 새겨져 있는 묘비의 내용을 다시 한번 자세히 보았다.

“대성지성문선왕묘(大成至聖文宣王墓).”

그 묘비의 내용은 ‘위대한 지덕을 갖추어 더없이 뛰어난 지성, 문선왕의 무덤’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보다 자세히 분석하면 공자를 세 가지의 지덕을 갖춘 성인으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성(大成)’이란 말은 ‘위대한 학문을 완성하였다’는 뜻이고,‘지성(至聖)’이란 말은 ‘최고의 성인’이라는 뜻이며,‘문선왕(文宣王)’이란 말은 ‘문화를 전파하는 왕’이라는 세 가지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내 가슴 속으로 뜨거운 감동의 물결이 용솟음쳐 끓어올랐다.

그렇다.

나는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공자는 진리의 왕 중의 왕이지만 또한 아직까지도 인간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예수가 부활하여 그리스도가 되어 하늘왕국을 선포함으로써 이 지상의 나그네인 우리들에게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기를 요망하고 있지만 공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여전히 저 무덤에 묻힌 하나의 인간으로 남아 우리들에게 이 지상의 시민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처 역시 해탈하여 초월적인 신앙의 대상이 되었지만 공자는 여전히 인간으로만 남아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람의 아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예수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외아들.’ 그러나 공자는 2500년 전에 태어났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남아서 우리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충고를 아직까지도 계속해서 참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위대한 학문의 완성자, 최고의 성인, 문화를 전파하는 왕’이라는 저 묘비의 내용처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 곁에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 공자.

나는 이제는 함박눈으로 변해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묵묵히 공자의 무덤을 바라보면서 생각하였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변함없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 공자. 예수와 부처처럼 신앙의 대상으로 우상(偶像)화되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는 인간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공자.
2006-12-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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