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나 어린아이가 꾸미는 계책
오경(五經) 가운데 하나인 예기(禮記) 단궁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증자가 말하기를, 군자가 사람을 사랑할 때는 덕으로 하고, 소인배가 사람을 사랑할 때는 고식으로 한다(君子之愛人也以德 細人之愛人也以姑息).”
소인이 사랑하는 것은 고식, 즉 일시적인 방편으로 하는 것이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 근본적인 대책없이 임시변통으로 마련한 미봉책을 가리키는 말이다. 잡가(雜家)에 속하는 시자(尸子)에 나오는 “은나라 주왕은 노련한 사람의 말은 버리고 아녀자와 어린애들의 말만 썼다(紂棄老之言而用姑息之語).”라는 대목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정부가 공무원의 연금액을 순차적으로 줄이되 이에 맞춰 현재 54∼62세인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연금개혁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정년을 늘려 보상해주겠다니, 그 발상의 수준이라는 게 그야말로 고식지계(姑息之計) 아닌가.
행정자치부의 한 고위관리는 정년연장 검토의 배경으로 “정년 연령과 연금을 타는 연령 사이에 생기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제시했다. 요즘 민간기업 근로자의 평균 퇴직연령이 52세이지만,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과 같이 65세가 돼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공직자의 현실인식이 이처럼 ‘자폐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국민의 공분(公憤)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제 한 몸만을 위한 꾀(一身之謀)를 내지 말고, 천하의 사람을 위한 뜻(天下之志)을 세우라.” 조선시대 영의정 귤산(橘山) 이유원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할 때다.
jmkim@seoul.co.kr
2006-12-14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