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도하 아시안게임] 아픈만큼 날세운 ‘작은 거인’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아픈만큼 날세운 ‘작은 거인’

임일영 기자
입력 2006-12-13 00:00
수정 2006-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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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 임일영특파원|펜싱 선수에겐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천형’이 있다. 칼을 쥐는 한쪽 등근육만 기형적으로 발달하고 반대쪽은 약해지다보니 고질적인 ‘척추측만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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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대결
우정의 대결 12일 펜싱 여자 플뢰레 결승에서 남현희(오른쪽)와 서미정이 우정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도하(카타르) 도준석특파원 pado@seoul.co.kr


남현희(25·서울시청)도 예외는 아니다.153㎝의 단신 핸디캡을 딛기 위해 움직임이 절대적으로 많다 보니 외려 다른 선수보다 증세가 훨씬 심하다. 왼손잡이인 그의 척추는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었다. 태릉선수촌에 있을 때는 1주일에 한 번씩 ‘악’ 소리가 절로 나는 고통스러운 교정치료를 받지 않으면 훈련을 버텨낼 수 없었다.

●척추측만증과의 싸움

12일 알 아라비 인도어홀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개인전을 앞두고 남현희는 등과 목에 단단히 테이핑했다. 신경을 많이 쓸수록 허리는 물론, 목까지 통증이 올라오기 때문. 결승전 상대는 한솥밥 선배 서미정(26·강원도청).15-10의 완벽한 승리였지만 온 힘을 짜내고 내려온 남현희의 목 뒤에 붙어 있던 테이핑은 너덜너덜거렸다.

시상대에 올라선 남현희는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만큼은 척추측만증의 고통도, 지난 겨울 혹독하게 그를 괴롭혔던 ‘성형파문’의 악몽도 잊을 수 있었다.

대한펜싱협회는 올 1월 남현희가 무단으로 선수촌을 이탈, 성형수술을 받았다며 자격정지 6개월의 중징계와 함께 이성우 코치를 해임시켰다. 진상조사 결과 남현희가 보고 계통을 밟았고 미용 목적이 아닌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였다는 점이 밝혀졌지만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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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열린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우승한 남현희(오른쪽)가 은메달에 그친 서미정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도하(카타르) 도준석특파원 pado@seoul.co.kr
12일 열린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우승한 남현희(오른쪽)가 은메달에 그친 서미정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도하(카타르) 도준석특파원 pado@seoul.co.kr


남현희는 “성형파문으로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아요. 세상을 넒게 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려고 노력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수술에 후회는 없어요. 그 뒤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자신감이 붙은 걸요.”라면서도 “은퇴 후라면 몰라도 선수생활하면서는 다시는 성형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라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금메달을 위해 남친도 외면한 독종

김영호(35·쁘레타뽀르테) 플뢰레 코치는 “한국 선수들끼리 맞붙을 경우 독하게 하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칼 끝이 무뎌지는 선수가 있습니다. 실력은 둘이 비슷했지만 현희의 독기가 앞선 것 같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여자 선수로서 “독종이다.”,“성깔 있다.”란 평이 달갑지만은 않을 터. 하지만 남현희는 “제가 체구가 워낙 작아 전부터 국내용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국제무대에서도 확실히 통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저도 모르게 독해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남현희는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과정에서 알게 된 사브르의 간판스타 원우영(24·서울메트로)과 7년이나 사귄 펜싱커플이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결혼을 약속한 사이지만 워낙 예민한 성격인지라 도하에 온 뒤로 일부러 남자친구를 외면했다.“시합을 앞두고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말도 안 걸고 눈도 잘 안 마주쳤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팀동료에 밀려 사브르 개인전에 나서지 못한 남자친구가 안타까웠는지 “저보다 잘 했으면 좋겠어요. 단체전에선 꼭 메달을 따내겠죠.”라며 선전을 기원했다.

‘작은 거인’ 남현희는 14일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플뢰레 단체전에서 2연패 및 2관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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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us@seoul.co.kr
2006-12-1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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