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상징 록펠러 생가
글 인순환 자유기고가맨해튼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달리면 허드슨 강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록펠러 생가를 만나게 된다. 생가라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러한 생가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이곳은 록펠러 가문이 4대에 걸쳐 생활했던 곳으로, 100년 가까이 된 건물들은 물론 잘 가꿔놓은 정원, 록펠러 일가가 수집했던 작품들을 모아놓은 미술관 등으로 매우 체계적으로 꾸며져 있다.
록펠러는 1839년 7월에 태어나 1937년 5월에 세상을 떠났다. 스탠더드오일의 창업자인 그는 사업에 성공한 뒤로 미국을 대표하는 자선사업가로 살았다. 이 생가는 그로부터 시작해 뉴욕 주지사를 지낸 록펠러 4세(넬슨 록펠러)가 1979년까지 살았던 곳이다.
사람들은 건물 주변은 자주 오가면서도 정작 록펠러의 생가는 자주 가지 않는 분위기였다. 뉴요커들에게 록펠러의 생가가 어디냐고 물어보아도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경우는 드물었다. 현지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한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록펠러 생가는 맨해튼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려가면 나오는 웨체스터 카운티의 테리 타운에 있다.
생가 곳곳에 있는 건물들은 지은 지 100년 가까이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설과 조경이 말끔하고 아름다웠다. 정원과 건물 사이사이에 있는 조각품, 크고 작은 분수 등도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9홀 골프장에서는 바로 옆을 흐르는 허드슨강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생가 밖에서는 자유로이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촬영은 절대 금물이었다.
생가 현관 입구에는 사자상이 놓여 있었는데, 그 느낌이 서울 광화문 입구 양쪽에 버티고 있는 해태상과 너무도 닮아 이채로웠다. 7개나 되는 크고 작은 공간으로 마련된 1층의 넓직한 거실에는 조각품, 역대 미국 대통령 초상화, 록펠러 가문의 가족사진 등이 깔끔히 정돈돼 있었다. 그 가운데는 불상도 몇 개 있었는데, 록펠러 가문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음을 감안할 때 특히 이채로웠다. 실제 주방에서 사용하던 1789년에 만든 중국 도자기와 1815년산 영국 도자기도 눈길을 끄는 전시품들이었다.
다양한 모양의 분수가 줄을 잇고 있는 정원을 둘러본 뒤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면 이번에는 지하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돼 있었다. 가이드를 따라 들어가 본 지하는 두 개 층으로 꾸며진 갤러리였다.
록펠러 일가는 수집한 미술품의 대부분을 맨해튼에 있는 현대미술관 MOMA에 기증했다고 한다. 필자는 MOMA를 들러 록펠러가 기증했다는 피카소 작품 등 희귀 명화들로 가득한 전시관을 미리 둘러보았던 터였다. 그래서 생가의 미술관에는 달리 특별한 게 없을 것으로 지레짐작을 했었다. 하지만 직접 둘러본 생가의 갤러리에는 수작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100호는 충분히 될 듯한 Andy Warhol의 Acrylic 초상,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피카소 작품을 타피스트로 짠 것이 족히 10작품은 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코스로 잠시 차를 타고 가다 내려서 100년 역사를 실감케 하는 또 다른 건물 앞에서 내렸다. 이건 또 무슨 역사를 간직한 곳이길래 이렇게 훌륭하게 꾸며놓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에서 보던 마차들과 옛날 차량들을 시대별로 전시해 놓은 건물이었다. 그곳에는 품위 있는 마차들과 1950년대에 만든 리무진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수십 대의 마차와 차량들로 가득한 현장의 분위기는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록펠러 가문의 저력을 웅변해 주는 듯했다.
록펠러 생가는 미국사람들이 말하는 부자란, 선한 일을 많이 하고 사회적으로도 존경을 받는 ‘진짜 부자’임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었다. 록펠러에 대한 존경은 오늘날은 워렌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부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록펠러 생가 방문은 그 자체가 커다란 예술작품 속에 있는 또 다른 예술품들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예술작품 속을 거닐면서 느끼는 풍요로움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록펠러 생가 방문은 미국의 역사, 진정한 부자의 모습, 록펠러라는 일세를 풍미한 위인의 삶 등을 두루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