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기 가족클리닉] 명절만 지나면 아내와 싸워요

[김숙기 가족클리닉] 명절만 지나면 아내와 싸워요

입력 2006-10-11 00:00
수정 2006-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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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매년 명절 후유증으로 고민이 많은 40대 남자입니다. 올해에도 추석연휴를 고향에서 잘 보냈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와 싸우고 지금까지 냉전 중입니다.5형제 중 셋째라 가사에 대해 그리 부담도 없고 자식들 걱정으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기껏해야 명절 때 찾아뵙는 건데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시댁에 갔다 오기만 하면 모든 게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처가를 사정상 못 가는 적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 걸까요? 아내의 후유증이 이번엔 또 얼마나 갈지 걱정됩니다.

- 하명중(가명·46) -

A 명절 후유증으로 크고 작은 부부싸움을 하고 우울증, 공황장애, 소화불량, 신체장애 등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을 호소해 오는 분이 많습니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명절이 그 이름값을 못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긴 명절 연휴를 보내고 일상 속으로 돌아왔지만 냉전과 불안감에 싸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니 이번을 계기로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매년 명절 때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과 결혼 후 부부가 돼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만 하는 사람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의 옛 추억을 음미하면서 자신의 성장과정을 더듬어보고 교통체증이나 다소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감내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생소한 아내 입장에서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도 어렵고 고통을 이겨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귀경길에 위험한 차 안에서 싸울 정도로 아내의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출발 전부터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시댁생활과 가족분위기에서 아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남편으로서의 적절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매년 후유증으로 고생했다는 것은 아내가 시댁 또는 남편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며 아내의 스트레스가 남편에게 반복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절 스트레스는 이제 아내뿐만 아니라 남편들의 몫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향에 내려가 남편들이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척들과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을 그 시간에 명절 음식과 차례 준비하고 밥상, 술상을 수없이 차리고 설거지를 반복하면서 아내들이 허리 한번 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모처럼의 연휴기간이라 아내도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하고 싶은 기대감이 있는데 얘기가 이쯤 되면 남자만의 명절일 뿐 여자에게는 노동절이니 결코 반갑지 않겠지요.

더군다나 연휴기간이 비교적 길었던 이번 명절에도 거리가 멀고 도로교통상의 이유로 처가에 가지 못한 것을 당연시했다면 아내는 서운함을 많이 느꼈을 것입니다. 다음 명절에는 양쪽 고향을 함께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매년 번갈아 찾아뵌다는 마음으로 시댁과 친정의 균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성 중심적인 가치관이 바뀌고 양성평등적인 가족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변화된다면 명절 증후군이나 후유증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남들 하는 일 잠시 하고 온 건데 왜 그렇게 유별나게 구느냐?’고 불만을 표시하기보다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면서 ‘많이 힘들었지?’‘다음엔 친정에 먼저 가보자.’‘정말 고마워.’라는 말을 표현해 화난 감정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세요. 이때 아내가 시댁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표현을 하더라도 자기 느낌이고 감정표현일 뿐이니 말을 자르거나 미리 방어하지 말고 무조건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편이 아내의 속마음을 알아주고 아내가 이해받고 인정받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또 실제 아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분담하거나 하루 이틀 휴가를 줘서 남편이 말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2006-10-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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