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트렌드지 ‘W’에서 패션 화보는 대개 매달 주제를 정해서 진행한다. 이 사진의 주제는 ‘여행’이었다.
좀 상상력을 발휘하여 테마로는 상상의 도시에 불시착한 사이보그 비너스였다. 의상은 수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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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들이 상상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그런 상상을 그려낼 공간과 여유가 있지 않으면 그야말로 ‘공상’으로 끝나는 것이다. 화보 촬영을 위해 우주 행성 세트를 제작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 참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렵게 찾아낸 곳이 영화 ‘괴물’의 촬영현장이었던 서강대교밑 둔치.(나중에 알고 보니 영화촬영 현장이었다는…)다리의 기둥과 콘크리트의 삭막함으로 파괴된 행성의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촬영 조건은 매우 열악했다. 하수구의 악취가 진동했으며 모기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서 모델은 새벽까지 옷을 갈아입으며 촬영에 임해야 했다.
마치 외계혹성인 것 같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포그머신(연기를 내는 기계)을 동원하여 연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막 나온 듯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사진 조명이 아닌 영화나 TV드라마 조명으로 쓰이는 HMI를 사용, 좀더 극적인 느낌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리고 달사진을 합성했더니 정말 외계의 행성에 불시착한 사이보그의 느낌이 살아났다.
바로 이렇게 패션 사진은 옷이나 인물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제를 갖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한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사진작가
2006-09-1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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