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652)-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35)

儒林(652)-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35)

입력 2006-07-21 00:00
수정 200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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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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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천수(寒泉水)는 맑고 찬 샘물로 소갈증, 열성이질, 열림(熱:소변에서 피가 나오는 것) 등을 치료하며,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물로 알려져 있다.

그뿐인가.

한겨울에 내린 서리를 동상(冬霜)이라고 하는데, 이를 모은 물을 마시면 평소에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긴 열을 풀어준다.

동의보감 탕액(湯液)편의 수부(水部)에는 물의 종류를 3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섣달 납향에 눈 녹은 물을 납설수(臘雪水)라 하여 돌림병을 치료하는 데 특효가 있으며, 춘우수(春雨水)는 정월에 내린 빗물로 부부간에 각각 한잔씩 나눠 마시고 성생활을 하면 임신하게 되는 사랑의 묘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몹시 휘저어서 생긴 물인 감란수(甘爛水)와 볏짚지붕에서 흘러내린 물인 옥류수(屋流水), 조개껍질을 밝은 달빛에 비추어서 그것을 받은 방제수(方諸水), 국화 밑에서 나오는 국화수(菊花水), 매화열매가 노랗게 될 때에 내린 빗물을 매우수(梅雨水), 짠 바닷물인 벽해수(碧海水), 멀리서 흘러내리는 물인 천리수(千里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은 산골짜기에 새로 판 웅덩이에 모인 빗물인 무근수(無根水), 끓는 물에 생수를 탄 생숙탕(生熟湯) 등이 약수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물의 으뜸은 정화수.

정화수에는 하늘의 정기가 몰려 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보약을 넣어 달여서 오래 살게 하는 알약을 만들기도 하고,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일 이 물에 차를 넣고 달여서 마시고 머리와 눈을 깨끗하게 씻는데, 아주 좋다고 알려진 영수(靈水)인 것이다.

두향은 표주박으로 정화수를 조금 떠서 조심스레 마셔 보았다. 옛말에 이른 대로 물맛은 달고 그리고 평하였다.

그러나…

두향은 한 모금 물맛을 보고 나서 머리를 흔들며 생각하였다.

나으리께서 보내주신 물을 어떻게 마셔 없애버릴 수 있겠는가. 이것으로 약을 달이거나 차를 끓여 마실 수도 없을 것이다. 이 물은 오직 나으리를 위한 정화수로만 사용할 것이다. 천지신명께 나으리를 위해 비는 정화수(淨化水)로만 사용할 것이다.

그날 밤.

두향은 강선대에 나아가 목욕을 하였다. 아직 춘삼월이라 강물은 얼음장처럼 차디찼지만 두향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강물 속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보름을 지난 둥근달이 시작도 끝도 없이 흘러내리는 강물 위에서 은빛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그 빛의 비늘은 강물에서 마치 흰 메밀꽃처럼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헤살거리는 강물은 두향의 몸을 구석구석 핥듯이 애무하였고 순간 두향은 언젠가는 이 강물이 자신의 몸을 집어삼킬 인당수와 같다는 예감을 느꼈다.

인당수(印塘水).

공양미 삼백석에 몸이 팔려 마침내 치마를 뒤집어쓰고 용왕의 진노를 달래기 위해 풍랑 속의 바다로 던져진 심청이가 빠져죽은 인당수.

자신도 언젠가는 심청이처럼 인당수 속에 치마폭을 뒤집어쓰고 떨어지는 꽃잎처럼 낙화할 것이다.
2006-07-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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