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선언하였던 예수가 자신을 ‘심부름하는 사람’, 즉 ‘섬기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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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예수는 자신이 이 세상에 ‘섬기러 온 심부름꾼’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최후의 만찬을 끝내고 나서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들을 씻겨 주고 허리에 둘렀던 수건으로 직접 닦아 주는 본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렇듯 인류가 낳은 3대 성인들이었던 예수와 공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경, 즉 ‘섬김’에 대해서 설법한 것은 진리란 그 이르는 방법은 달라도 결국 하나임을 드러낸 구경(究竟)인 것이다.
공자가 군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도를 가르친 경은 초기 유가에서는 공경, 외경의 뜻으로 사용되어 예(禮)의 근본을 ‘무불경(無不敬)’이라고까지 표현하였으나 주자가 살던 송대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주일무적(主一無適)’의 뜻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마음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정신통일의 방법’으로서 ‘경(敬)’이 유학자적인 몸가짐과 학문의 태도로 강조되어 사용되었던 것이다.
이후부터 경(敬)은 불가에 있어 선(禪)처럼 유가에 있어 정각도량(正覺道場)을 이루는 방편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원래 ‘거경궁리’란 용어는 ‘대학(大學)’에 나오는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말에서 발전되었다.
유교의 기본 경전은 ‘사서오경’으로, 그중 대학은 유교의 교의를 설명하고 대학의 도를 실현하기 위한 8가지 단계적 방법인 ‘팔조목(八條目)’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옛날에 명덕(明德:천부에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자는 먼저 그 몸을 닦고, 그 몸을 닦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뜻을 성실히 하고, 그 뜻을 성실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지식을 지극히 하였으니,‘지식을 지극히 함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에 있다.’”
격물치지란 말은 ‘지식을 지극히 함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에 있다.(致知在格物)’에서 나온 것.
‘사물이나 현상 속에 내재하고 있는 이치를 탐구하여 나의 지식을 완전히 이룬다.’는 뜻의 ‘격물치지’에서 ‘격물(格物)’은 ‘사물에 나아간다.’는 뜻이고,‘치지(致知)’는 ‘앎을 완성한다.’는 뜻인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주자는 ‘격물’에 이르기 위해서는 ‘거경(居敬)’에 머물러 있어야 하며,‘치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궁리(窮理)’, 즉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여야 한다.’고 구체적인 학설을 주장함으로써 신유학(neo-confucianism)을 주창하였던 것이다.
주자는 대학의 내용을 설명한 그의 저서 ‘대학장구(大學章句)’에서 격물치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격물은 사물에 이르러 그 이치를 궁구하는 것이고, 치지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더욱 끝까지 이루어 궁리하는 것이다.”
2006-03-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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