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이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들은 “과연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장자의 선문답과도 상통해 보이는 이 물음은 복제인간과 로봇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과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대면한 개인의 공포를 역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짜라는 섬뜩한 진실을 마주한 ‘블레이드 러너’의 해리슨 포드,‘여섯 번째 날’의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말이다.
‘아일랜드’와 ‘사랑니’는 SF와 멜로라는 표현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복잡한 미로를 거쳐 ‘진짜 현실’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사랑니’는 주인공의 이름 ‘조인영’과 그의 첫사랑인 ‘이석’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중복시켜 사용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함부로 뒤섞는다. 그리고 이 괴상하고 복잡한 사연의 미로를 빠져 나오는 대신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 안에서 즐겁게 순환하며 현실과 공상의 모호한 경계에 정착한다. 이에 반해 ‘아일랜드’의 진짜 현실은 악몽이다.
천국인 줄 알았던 아일랜드가 간과 심장을 떼어내고 눈을 도려내는 살육의 공간이라는 것을 안 클론은 여자 친구를 살리기 위해 홀로그램 요새를 죽을 힘을 다해 탈출한다. 체세포 핵이식에서 줄기세포 계대 배양 과정까지 마스터한 한국 관객들은 수천 명의 클론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완성을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시들했어도 국내 주간 박스 오피스에선 1위를 기록했다.
●아일랜드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야자수, 오염되지 않은 바람과 햇빛이 있는 곳이라고 믿었던 아일랜드는 실은 지하 한 귀퉁이에서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는 곳이었다. 이 끔찍한 공간은 마이클 베이가 최대 규모였다고 부가영상에서 회고한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는데 아름다움과 소름끼치는 공포의 공존을 표현했다. 물이 가득 찬 방에서 깨어나는 이안 맥그리거의 악몽, 클론 사냥꾼들과의 카 체이싱 장면, 바로 옆에서 쏴대는 듯한 총격 신은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매우 뛰어나다.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귀가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하고 파괴력 있는 사운드를 시종일관 느낄 수 있다.
●사랑니
처음부터 해석의 실마리를 놓쳤다면 감독의 음성해설을 들어도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감독, 프로듀서, 김정은, 영화평론가 허문영이 함께한 코멘터리는 일반 관객들을 위한 친절한 해설이라기보다는 감독의 주관을 충실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2.35:1 와이드 앵글로 촬영된 영상은 매우 아름답다. 삼청동의 고풍스러운 기와집과 속리산으로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길은 서정적이면서도 묘하게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감독과 제작진의 섬세한 작업을 엿볼 수 있는 부가영상에서는 메이킹 필름, 편집 및 프로덕션 디자인 과정, 주연배우 인터뷰, 음악 감독 인터뷰, 포토 코멘터리 등을 만날 수 있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아일랜드’와 ‘사랑니’는 SF와 멜로라는 표현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복잡한 미로를 거쳐 ‘진짜 현실’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사랑니’는 주인공의 이름 ‘조인영’과 그의 첫사랑인 ‘이석’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중복시켜 사용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함부로 뒤섞는다. 그리고 이 괴상하고 복잡한 사연의 미로를 빠져 나오는 대신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 안에서 즐겁게 순환하며 현실과 공상의 모호한 경계에 정착한다. 이에 반해 ‘아일랜드’의 진짜 현실은 악몽이다.
천국인 줄 알았던 아일랜드가 간과 심장을 떼어내고 눈을 도려내는 살육의 공간이라는 것을 안 클론은 여자 친구를 살리기 위해 홀로그램 요새를 죽을 힘을 다해 탈출한다. 체세포 핵이식에서 줄기세포 계대 배양 과정까지 마스터한 한국 관객들은 수천 명의 클론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완성을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시들했어도 국내 주간 박스 오피스에선 1위를 기록했다.
●아일랜드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야자수, 오염되지 않은 바람과 햇빛이 있는 곳이라고 믿었던 아일랜드는 실은 지하 한 귀퉁이에서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는 곳이었다. 이 끔찍한 공간은 마이클 베이가 최대 규모였다고 부가영상에서 회고한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는데 아름다움과 소름끼치는 공포의 공존을 표현했다. 물이 가득 찬 방에서 깨어나는 이안 맥그리거의 악몽, 클론 사냥꾼들과의 카 체이싱 장면, 바로 옆에서 쏴대는 듯한 총격 신은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매우 뛰어나다.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귀가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하고 파괴력 있는 사운드를 시종일관 느낄 수 있다.
●사랑니
처음부터 해석의 실마리를 놓쳤다면 감독의 음성해설을 들어도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감독, 프로듀서, 김정은, 영화평론가 허문영이 함께한 코멘터리는 일반 관객들을 위한 친절한 해설이라기보다는 감독의 주관을 충실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2.35:1 와이드 앵글로 촬영된 영상은 매우 아름답다. 삼청동의 고풍스러운 기와집과 속리산으로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길은 서정적이면서도 묘하게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감독과 제작진의 섬세한 작업을 엿볼 수 있는 부가영상에서는 메이킹 필름, 편집 및 프로덕션 디자인 과정, 주연배우 인터뷰, 음악 감독 인터뷰, 포토 코멘터리 등을 만날 수 있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2006-01-12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