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대가 공개한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예시문항은 당초 목표대로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인문계 문항은 대부분 교과서에서 지문을 인용했고, 자연계 문항들은 세부문항으로 나눠 추론을 통해 단계적으로 결론에 접근하게 했다. 본고사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서울대는 내년 예시문항과 같은 유형의 모의 논술고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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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이 본부 회의실에서 28일 오전 2006학년도 논술 예시문항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yj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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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이 본부 회의실에서 28일 오전 2006학년도 논술 예시문항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yja@seoul.co.kr
인문계의 경우 사회, 경제, 도덕, 수리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문항들이 출제됐다.2번 문제의 경우 A,G,C,T 등 4개의 문자로 만들어진 순열의 앞뒤에 한 문자를 추가해 일정시간 뒤 특정순열로 변형될 확률을 구하는 과정을 제시했다.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알려준다고 설정한 뒤 제시된 문제와 풀이과정, 답을 두고 이런 결론이 도출된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묻는 문제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교육부에서 금지한 수학문제의 풀이 과정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연구위원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것이지 본고사처럼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번 문제는 존 로크의 ‘통치론’에 서술된 ‘사유권’에 대한 고전적인 지식을 현대 정보화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3번은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 기업·개인·국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내용이었으며,4번에서는 여러가지 이혼율 산정방식을 제시하고 이를 비판·분석하도록 했다. 모두 4개의 지문이 교과서에서 인용됐고, 학습자료로 자주 쓰이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나왔다.
자연계 문제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이나 상황을 문제에 활용했다.1번은 어느 부부가 n쌍의 부부를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열었을 때 집 주인의 부인은 악수를 몇 번이나 할지 횟수를 일반화해서 설명하는 문제였다. 널리 알려진 일명 ‘악수문제’로 경우의 수와 귀납법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어려워할까봐 문제에는 ‘9쌍의 부부를 초대했을 때 집 주인을 제외한 19명이 악수한 횟수는 모두 다르다.’는 예를 들었다.
2번은 최종적으로 자와 컴퍼스를 이용해 타원의 초점을 구하는 문제지만, 결과에 이르기 위해 문제를 2개 단계로 나눴다. 첫번째 세부문항에서 ‘타원에서 주어진 방향과 평행인 현의 중점은 현의 위치가 변하더라도 모두 일정한 직선 위에 있음을 설명하라.’고 요구한 뒤 두번째 문제에서 ‘자와 컴퍼스를 가지고 타원의 중심, 타원의 장축과 단축, 타원의 초점을 어떻게 구하는지 설명하라.’고 해 단계적으로 초점유도 공식을 설명하도록 했다. 중학교 과정의 작도법과 고등학교 과정의 타원의 성질을 이용하는 문제이다.
3번은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왔다는 설정 하에 ‘크기와 모양의 관계’에 대한 원리를 근거로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 혹은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가 존재할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기술하게 했다. 물리, 생물 등을 통합한 이 문제에서는 ▲표면적과 부피의 관계 ▲무게와 압력 및 뼈의 재질과의 관계 ▲생물체의 크기와 신진대사의 관계 등에 대한 참고자료를 제시했다.
4번은 지구의 반경이 달라졌거나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달라졌을 경우 지구의 모습과 지질, 대기, 환경 및 생명체의 탄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진화의 관점에서 논하라는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이다.
문제유형에 있어서도 변화를 줬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논술고사는 시험시간 3시간에 답안 길이 2500자로 제한되어 있지만,2008년부터는 시간을 4시간 내외로 늘리는 한편 인문계열은 문항에 따라 길이를 300∼1600자로 다양화하기로 했다. 자연계열은 답안 길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모집단위에 따라 문항 수도 달라지며, 문항 난이도에 따라 점수비중을 다르게 해 변별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5-11-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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